[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9일 여당 단독으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언론4단체가 "선을 넘었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파국"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오만과 역행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결국 민주당이 선을 넘었다"면서 "현업언론단체들이 국민공청회 개최를 제안했음에도 강행된 언론중재법 처리는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고 있다. 2021.08.19 leehs@newspim.com |
이어 모든 법률은 지나면 자의적 해석과 남용으로 이어지는 입법 실패로 이어진다며 "민주당이 강행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자의적 해석과 오남용이 가능한 문제적 골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설계부터 다시 하지 않는 한 '허위 조작 정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언제라도 비판적인 언론을 질식케 하고, 거꾸로 민주당 자신을 겨눌 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라며 "민주당은 과거 언론을 장악하고 농단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했던 권위적 보수정당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기득권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일갈했다.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서 형법 상의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삭제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규제를 우선 해소하라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 강화를 위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라 ▲민주당은 언론 현업단체들이 우선적인 언론개혁 과제로 제시했던 공영방송 국민참여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 고 요구했다.
끝으로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동안 촛불 권력임을 자임해 온 민주당에 대해 신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버틴 우리가 먼저 결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다음은 언론현업4단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에 따른 공동 성명 전문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파국이다.
- 민주당은 오만과 역행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의 공간을 열어라.
결국 민주당이 선을 넘었다. 19일(목)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에서 일부 조항이 변경된 언론중재법 개정안(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들은 더 이상 개정안 문구 조정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국민공청회 개최와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강행된 언론중재법 처리는 문재인 정부 언론개혁의 민낯을 보여준 중대한 변곡점으로 판단한다.
모든 법률이 제・개정될 때 정치세력은 정치적 선의와 장밋빛 결과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의적 해석과 남용으로 이어지는 입법 실패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009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를 생각해 보라. 미디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수십만 고용효과를 내세웠으나, 정작 이명박 정권은 온갖 특혜와 불법으로 여론 양극화와 미디어 시장 황폐화를 초래했다. 또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만든 파견법은 2년짜리 해고법으로 변질됐고, 이른 바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피의자 인권보호 조치라며 없어진 포토라인의 최대 수혜자는 권력자와 재벌들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자의적 해석과 오남용이 가능한 문제적 골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설계부터 다시 하지 않는 한 '허위 조작 정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언제라도 비판적인 언론을 질식케 하고, 거꾸로 민주당 자신을 겨눌 칼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는 '언론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최대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다. 우리는 지난 4월부터 민주당 당대표, 원내대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원회 위원장 및 간사 의원에게 시민이 참여하는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추천 절차의 법개정을 우선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공영방송을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 차원의 약속은 철저한 기만극이었으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 과정에 현업 언론단체들은 들러리를 위한 미끼로 전락했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언론의 발을 묶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강화할 길을 활짝 열었으며, 뒤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과정에서 법에도 없는 여야의 기득권을 참 알뜰하게도 지켜냈다. 민주당은 언중법 개정의 명분으로 '시민 보호'를 내세우더니, '참여하고 결정할 시민'을 요구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당신들이 보호하려는 시민과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참여할 시민은 서로 다른 시민인가? 야당일 때는 그렇게 언론자유와 국민참여를 말하고, 춧불시민이 길을 열어 권력에 무혈입성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는가? 오늘 강행처리로 민주당은 또다시 언행불일치와 내로남불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
오늘 강행처리를 계기로 민주당은 과거 언론을 장악하고 농단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했던 권위적 보수정당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기득권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의 향배가 불투명한 지금, 공영방송 이사회를 통해 대선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언론을 길들일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민주당의 오만과 불통, 역주행을 강력히 규탄한다.
마지막으로 요구한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 일정을 멈추고 국회 내 언론개혁 특위 구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에 나서라.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에 앞서 형법 상의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삭제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복규제를 우선 해소하라.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 강화를 위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라.
민주당은 언론 현업단체들이 우선적인 언론개혁 과제로 제시했던 공영방송 국민참여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 언론중재법 강행 노력의 1/10만 보태도 당신들의 기득권 포기는 이뤄지고 남았을 일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동안 촛불 권력임을 자임해 온 민주당에 대해 신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버틴 우리가 먼저 결단할 것이다.
2021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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