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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로 돌아본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 현 주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그라피티 명소들 사라져가는 중
신촌과 압구정 겨우 명맥만 유지, 성수동 'BTS 골목' 새롭게 떠올라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몰래 그라피티를 그리는 행위를 '부밍'(Bombing)이라고 한다.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말 그대로, 그라피티 행위자는 벽에 재빨리 그림을 그리고 사라져야 한다. 그라피티는 필연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와 같은 숙명을 지닌다. 톰(생쥐)은 도망치고 제리(고양이)는 뒤쫓는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며 도망가는 톰과 이를 뒤쫓는 제리. 그라피티 예술가는 '톰과 제리'의 숙명을 갖고 있다. '압구리'에 있는 그라피티 일부.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라피티(graffiti)는 건물 벽 등에 스크래치 기법이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는 방법으로 그린 낙서같은 그림이나 문자를 뜻한다. '긁다, 긁어 새기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비롯된 용어다.

현대적 의미의 그라피티는 1960년대 후반기,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젊은 흑인들이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를 중심으로 건물 벽이나 지하철 차량 등에 스프레이와 페인트로 그린 구호와 그림에서 출발한다. 이후 흑인 특유의 즉흥적인 면과 직접적인 접촉을 중시하는 힙합 문화와 결합했다.

지금은 이미 전설이 되어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작품들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이나 장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60-1988)도 그라피티를 그리는 거리의 예술가로 작품을 시작해 명성을 얻었다.

키스 해링은 80년대 뉴욕 거리의 벽면과 지하철 플랫폼에 그려진 세련되고 노련하며 즉흥적인 그라피티에서 자극을 받았다. 그는 어느날 문득 지하철의 텅 빈 검은 벽을 본 순간 영감이 떠올랐고, 하얀 분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다. 물론 공공기물 훼손 혐의로 뉴욕 경찰에 잡혀갔으나 그는 이를 멈추지 않았다. 이 낯설지만 기묘한 매력이 있는 낙서그림은 사람들을 깨웠고 도시 전체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작가 윌리엄 S. 버로스는 키스 해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키스는 뉴욕 지하철 시스템의 전체 중 일부나 다름없다. 해바라기를 보며 반 고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뉴욕의 지하철을 이용하며 키스 해링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진실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자신의 그라피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생전의 키스 해링. 32살의 나이에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명했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바스키아 역시 1980년대 당시 브레이크 댄스, 펑크족의 출현, 레게, 힙합 등의 흑인 문화 영향을 받아 그라피티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스키아는 슬럼가에 사는 10대들이 그린 낙서에 담긴 특유의 반항 의식을 예술로 만들었다. 이후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본 앤디 워홀이 자신의 스튜디오인 '팩토리(factory'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고 지원을 해주면서, 바스키아는 곧 전에 없던 독창적 작품세계로 뉴욕 미술계를 휩쓸었다. 

전국적인 화제를 몰고왔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중고서점 외벽의 '쥴리 벽화'가 논란 끝에 지워졌다. 서점 측은 8월 2일 오후에 문제가 된 벽화를 흰 페인트로 모두 덮어버렸다. 이 벽화는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가 적힌 그림과 여성의 얼굴 옆에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 쓰였던 그림이다. 서점 대표 여모 씨는 "벽화를 두고 너무 시끄러워져 직원들이 힘들어했다"고 벽화를 지운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쥴리 벽화' 논란이 재점화됐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 앞에서 한 40대 여성이 '쥴리의 범죄를 밝혀라' 라고 쓰인 쥴리 벽화와 비슷한 종이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는 "국민의 권리를 표현하러 나왔다"며 "쥴리가 범죄자라고 생각하며 정체가 궁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쥴리 벽화는 2021년 풍속도의 한 정점을 찍는 상징이 됐다.

사실 '쥴리 벽화'는 예술적 차원에서 보자면 그라피티가 아니라 그냥 전단지, 프로퍼갠더에 가까웠다. 언뜻 보자면 옛날 극장의 상영영화 간판에 가까웠던 수준의 그림인데, 그 정치적 함의가 폭발적이어서 일약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당사자라고 지목된 사람이 "나는 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쥴리 벽화' 를 두고 벌어졌던 온갖 난장판 실랑이는 이 나라 3류정치의 본모습을 그대로 축약해 놓은 듯했다.

아무튼 '쥴리 벽화' 논란은 한동안 잊혔던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를 뒤돌아보게 해주었다. 홍대 앞을 중심으로 그 태동기는 있었으나, 뉴욕이나 런던에 비교하자면 미처 성숙하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서울의 그라피티 문화. 과연 서울의 그라피티는 존속이나 하고 있는 걸까?

서울에서 그라피티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홍대앞과 신촌 굴다리, 그리고 속칭 '압구리'라 불리는 압구정동 굴다리 세 곳이었다.  

압구리는 그라피티의 성지다. 그라피티 마니아들은 압구리를 그라피티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으로 여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한강 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토끼굴 같은 지하보도는 서울의 그라피티 아트를 낳은 모태와 같은 곳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압구정 토끼굴, 속칭 '압구리' 입구의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압구리의 역사는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말부터 이곳에서 활동한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은 주민들의 민원과 구청의 단속으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불법적 행위에 대한 단속으로 통제된 구역을 그라피티 명소로 만들어낸 것은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모여든 이들의 열정 덕택이었다. 그리하여 강남구청은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그라피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발휘해 일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관제 포용성'은 오히려 그라피티 아트 특유의 제도와 관습에 대한 저항성을 약화시킨 결과로 작용한 듯 보인다. 압구리에서 볼 수 있는 그라피티는 사회에 대한 풍자와 익살, 해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그런 개인 감정의 토로에 머물러 있다. 런던의 뱅크시(Banksy)를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로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 그러면서도 예술적인 그림들은 눈에 뜨이지 않고 그냥 낙서 수준이다.

이는 신촌 굴다리도 마찬가지다. 국철 신촌역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쪽으로 이어진 지하보도는 신촌굴다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그라피티의 순례지로 떠올랐으나, 지금은 그저 그런 그라피티의 진열장에 머물러 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들 특유의 순발력이 발휘되어 그 어느 곳의 공공미술 벽화작품보다도 신선한 시각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했으나 아직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신촌 굴다리 입구의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신촌 굴다리에서 하나 눈에 뜨이는 것은 천정에 길게 쓰인 글씨다. 처음엔 읽기가 매우 힘들어서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한참 들여다보니 글귀가 겨우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자유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으니 잘 마련된 무대는 새장과 같다. 좁은 터널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신촌 굴다리의 그라피티. 천정에 '자유는 한 곳에 머물 수 없으니 잘 마련된 무대는 새장과 같다. 좁은 터널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라고 쓰여 있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러나 현실은 그라피티가 좁은 새장을 벗어나 넓은 도시로 날아가기 힘들다. 그라피티가 생존하려면 기본적으로 오래된 구 도심의 낡은 벽들이 있어야 한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재개발, 빨리빨리 허물고 새로 짓기가 진행되는 '토건 마피아'의 도시다. 미처 그라피티 아트가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

홍대앞의 그라피티는 그래서 사라졌다. 홍대앞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 출판, 디자인, 미술과 식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실험과 시도가 일어난 독특한 '문화 팩토리'였다. 1990년대 중반 자생적으로 생겨난 인디음악신과 2000년대 클럽, 2010년대 독립출판과 소규모 책방 붐 그리고 2012년부터 시작된 공유공간 플랫폼과 그 실험 등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활동은 거의 언제나 홍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홍대앞의 역사성, 홍대앞에서 벌어진 개인 혹은 공공의 실험, 그리고 상업 혹은 비상업적 공간과 활동을 망라한 콘텐츠들을 12년째 기록해오고 있는 <스트리트 H>의 정지연 편집장은 "홍대앞에서 그나마 그라피티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했던 건 2010년대였다. 그러나 홍대앞 특유의 실험성이 점점 사라지고 유흥문화 중심지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그라피티도 거의 사라졌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조금씩 보이기는 하는데, 그라피티라고 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시인 김수영의 사진과 시집 제목 '시여 침을 뱉어라'를 묘사한 홍대앞 그라피티.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냥 외국인 좀 많이 돌아다니는 소박한 주택가에서 일약 힙스터(큰 흐름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좆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한 곳으로 바뀌었다가 너무 치솟은 임대료 때문에 몰락, 스스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여버린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그라피티 문화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낙후된 구 도심에 그라피티를 포함한 예술적 향취가 도입되면서 사람이 모이면, 기존의 원주민을 대체하는 투기성 자본이 유입돼 특유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홍대앞도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 아주 약간의 그라피티가 남아 있는 곳은 삼거리별밤 빌딩의 앞뒤를 가로지르는 내부 벽과 그 주변 일대다. 이는 건물주인이 영업을 위해 전문 아티스트들에게 의뢰해 그려넣은 '상업적 그라피티'다.

뉴욕의 경우도 그렇다.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에 아티스트들이 정착하면서 '힙한' 동네로 떠올랐고 땅값이 상승하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부시윅(Bushwick)으로 물려들었다. 그 덕분에 부시윅은 '그라피티 성지'로 명성을 얻었고 전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힙스터들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들은 '문화적 노마드'다. 그라피티 예술가들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새로운 목축지, 혹은 화전 경작지를 찾아 이동한다.

그러면 서울에서 이들 노마드가 새롭게 찾은 스팟은 어디일까. 바로 성수동이다. 홍대앞 상수동이 아니라, 성동구 서울숲 근처의 성수동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라피티는 바로 이곳에 있다. 여기에는 2019년 아시아 그라피티대회 월로즈(Wall Lords) 우승,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 그라피티 작업을 한 위제트(WEZT)가 그린 방탄소년단 정국의 그림이 있다. 그래서 'BTS 골목' '성수동 정국 그라피티 골목'이라 불린다. 정국의 그림은 올해 3월에 그려진 그림이다. 위제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멤버를 모두 그릴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음 그림은 누가될지 궁금하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새로운 그라피티 명소로 떠오른 성수동골목 BTS 정국의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소녀들.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현재 그라피티는 K팝과 결합한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 성수동 BTS 골목, 방탄소년단 정국의 모습. 2021.08.06 digibobos@newspim.com

그러나 성수동 그라피티는 다분히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라피티라고 해서 반드시 저항적이고 풍자적일 필요는 없지만, K팝의 최강자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그라피티는 좀 낯설다. 어쩌면 K팝과 그라피티 문화가 결합한 K-그라피티가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그라피티 작업을 하는 '집밖뱀선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30여 명의 전문적인 그라피티 예술가들이 있다고 한다. 그라피티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은 지중해의 따가운 햇볕만큼이나 뜨거울 것이다. 그런 열정이 없다면 새벽에 나가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는 중노동은 하지 못한다. 그런 열정이 보다 섬세하고, 예술적인 지향점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는 선진국이다. 뱅크시같은 그라피티 예술가 한 명 못 나올리 없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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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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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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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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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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