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사망사건 41일만에 유족 만나 사과
학내 구성원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교육 실시
고인 남편 "증언해준 아내 동료들 불이익 없게 해달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교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족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 총장은 이날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회의실에서 유족과 청소노동자 등과 간담회를 열고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이번 사안으로 피해 입은 근로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위로와 사과 말씀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태에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사회에서 서울대에 바라는 것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제도적 인정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을 동료로, 구성원으로 느끼는 것까지 포함되는데 서울대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는데 조금 더 넓게 근로자의 인권도 (고려하겠다)"라며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사망 유족 및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숨진 청소노동자의 유족과 인사하고 있다. 2021.08.05 kilroy023@newspim.com |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상 관련없는 필기시험과 회의용 복장 등을 강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며, 이를 즉시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지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유족과 청소노동자들은 오 총장에게 근로환경 개선과 노사간 소통과 존중 등을 요구했다.
숨진 고인의 남편인 이모씨는 "아내와 같이 일한 근로자들이 용기 내서 증언했는데 이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조치가 가장 필요하다"며 "정년 때까지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내가 하늘나라에 간 후 막내딸은 지금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스러워 한다"며 "2차 가해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판단이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저희 가정이 거짓말을 우격다짐으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불쌍한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동료인 청소노동자 A씨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온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기숙사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 조금이라도 서로가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오 총장은 "근본적 문제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노력하면서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원우 사무총장도 "총장의 강력한 의지를 받아들여 어떻게 하면 학교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지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연서명 전달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연서명 서류를 들고 있다. 2021.08.05 kilroy023@newspim.com |
이날 간담회에 앞서 서울대 학생 모임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는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연서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한 연서명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312개 단체와 일반 시민 8305명이 이름을 올렸다. 연서명은 청소노동자들을 통해 오 총장에게 직접 전달됐다.
이들은 서울대에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학교 측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노사가 참여하는 산업재해 공동조사단 구성 및 진상규명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징계 ▲인력 충원과 처우개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집단진정이 이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홈페이지에서 모집한 일반 시민 1382명과 고인의 남편, 동료 4명이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다고 밝혔다.
진정인들은 서울대 측의 업무와 관련없는 시험문제 제출과 성적공개, 복장에 대한 점검·평가 등으로 고인과 동료들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이 침해됐는지를 조사하고 시정 권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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