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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군대식 검열까지"…서울대 침묵에 또 스러진 청소노동자

기사입력 : 2021년07월07일 14:44

최종수정 : 2021년07월07일 14:44

50대 여성 노동자, 지난달 26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
과중한 업무·군대식 업무 지시에 스트레스 호소해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이른바 직장 갑질에 시달리다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족과 노조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음에도 학교 측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는 7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산재 사망의 진짜 주범은 청소노동자들의 죽음을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서울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과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 청소노동자인 5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8시 여학생 기숙사로 출근해 청소 등의 업무를 했다. A씨는 퇴근 시간인 낮 12시 딸과의 통화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 가족은 경찰에 A씨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고, 오후 11시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유족과 노조는 "A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고, 최근 과중한 업무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이 근무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청소노동자들에게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등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A씨가 근무한 여학생 기숙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A씨는 100L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처리해야 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이후 쓰레기 양이 증가해 대형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직접 나르고, 항상 손이 저릴 정도의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은 7일 오후 12시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1.07.07 filter@newspim.com [사진제공=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안전관리팀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부당한 갑질을 당했다고 한다. 노조는 "회의 참석 시 볼펜과 메모를 지참하지 않을 경우 1점씩 감점을 지적하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누가 몇 점을 맞았다고 공개하는 등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군대식 청소검열과 통제적 인사관리, 제초작업 등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안전관리팀장에게 "제초작업까지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항의했으나 안전관리팀장은 "평일 근무를 1일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5시간을 활용해 주말 근무를 하라"며 "남은 인건비로 제초작업을 외주에 주겠다"고 압박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염이 극성을 부리던 2019년 8월 서울대 제2공학관에서 근무하던 60대 남성이 에어컨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고인이 쓰던 휴게실은 계단 밑에 합판과 샌드위치 패널을 이어 붙여 만든 1평 남짓 가건물로 청소노동자 3명이 함께 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이 시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서울대는 일부 휴게실만 개선했다.

A씨의 남편 이모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학교 측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씨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지 1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나고 일이 많아져 1년6개월 동안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학교는 어떤 조치도 없이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일로 인해 학교에서 근무하는 어느 누구도 퇴직 당하는 일이 없도록 진심으로 간절히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기자회견 후 노조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실을 찾아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 ▲안전관리팀장 즉각 파면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서를 전달했다. 노조는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는 서울대는 A씨 유족에게 공식 사과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서울대 측의 항의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대 측이 기자회견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노조 관계자들은 "가해자는 무릎 꿇고 있어라", "노동자들에게 시험을 왜 내느냐"며 반발했다. 서울대 측은 현재까지 A씨의 사망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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