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美 타임지 인터뷰 발언 비판 줄이어
"김정은, 반인륜 범죄 저지르는 체제의 지도자"
"北과 화해 위해 모든것 걸었지만 번번이 퇴짜"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솔직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29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호평을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발언으로 비판했다.
그는 "역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 발언에 관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타임지 표지사진, 타임지 캡처 2021.06.24 nevermind@newspim.com |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개된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우리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경제와 외교를 모두 파탄내고 자국민의 기본 생존 수단마저 박탈해 버린 최악의 지도자로 묘사해온 워싱턴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과 현실 간 괴리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버타 코헨 전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을 "양심없는 인물"로 비판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은 가족과 관리들의 처형과 수용소 수감을 승인할 뿐 아니라, 자국민들이 식량과 의료 지원, 기본적 생활필수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국가 재원의 상당 부분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을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하는 능숙한 배우"에 비유하며 "하지만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한없이 크다"고 꼬집었다.
자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해 온 국가 지도자를 높이 평가하는 듯한 정치인들의 발언은 미국에서 심각한 역풍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김 위원장을 두둔하며 개인적 친분을 거듭 강조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발언은 민주·공화 의원들은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김정은에 대한 칭찬을 멈추라'는 질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김정은은 남북한인들과 다른 나라 국민에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는 체제의 지도자"라며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작 김정은을 칭찬하면서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자국민 석방을 위한 물밑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에는 2013년 밀입북 혐의로 체포돼 무려 7년 8개월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와 2014년 10월과 12월 각각 붙잡힌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6명의 한국인이 억류돼 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 지도자를 감싸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화법과 태도가 도를 넘었으며 북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모든 증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의 화해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문 대통령에게서 일종의 금욕(stoic)에 가까운 극기심마저 엿보인다"며 "이는 헛고생일뿐"이라고 말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그동안 정상회담과 서한 등을 통해 어떤 목표도 달성할 수 없었다"며 북한 지도자를 칭찬해봐야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성사되지 않고 있는 북한 정권과의 화해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북한은 번번이 퇴짜를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한국이 대북 지원을 제의하면 북한은 거부했고, 한국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북한은 이를 폭파했으며, 한국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참가단을 따뜻하게 맞아줘도 북한은 억류 한국인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이는 "문 대통령 지도력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워싱턴뿐 아니라 북한의 유일한 동맹인 중국 지도부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산하 '프리먼 스포글리 연구소'의 오리아나 마스트로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김정은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대사도 김정은 집권 초기 2년 반 동안 그를 만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후 열린 미-북 대화가 중국의 영향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생긴 뒤에야 시 주석이 김정은과의 관계 구축을 가치 있는 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마스트로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호평'에 대해 "이런 종류의 아첨은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 씨는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다르다"며 "북한 관리들조차 김정은이 솔직하고 국제적 감각이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칭찬에 황당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지난 25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김정은은 북한 정부를 이끌기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륜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 위원장의) 반인륜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 포괄적인 세부 내용을 제시했고 북한 지도부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하지만 어쩐 일인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무슨 가치 있는 지도자로 생각한다"며 "다행히도 한국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망상(delusion)을 간파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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