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내·주행거리 10만km 이하' 알짜 매물 경쟁
시민단체, 거래 점유율 상한선·가격 산정 공개 요구
완성차 업계 "감가율 기반 가격 산정 체계화될 것"
[편집자주] 중고차 업계와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매매 시장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면서 최근 '자동차 매매 산업 발전 협의회'가 출범했습니다. 양측은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인지, 중고차 시장 개선 안건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사기 범죄 등으로 중고차 시장의 신뢰가 주저앉으면서 대기업 진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소비자를 위한 방법인지 뉴스핌에서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두고 상생안 마련이 시작됐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상생안'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내비치지만, 시장 재편이라는 '폭풍전야(暴風前夜)'를 앞두고 큰 틀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중고차-완성차 업계가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의 주요 쟁점은 '5년 이내·주행거리 10만km 이하' 알짜 매물 판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대기업 진입에 따른 투명성 재고·인증 중고차 시스템 구축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진입 시 더욱 투명한 시장과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픽사베이] |
◆ 알짜 매물 놓고 입장 차...상생안 나올까
기존 중고차 업계와 중고차 시장 진입을 원하는 대기업은 모두 신차 등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의 매물 판매를 원하고 있다. 중고차로서 매매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완성차 업체가 해당 구간에 있는 중고 차량을 사주고, 신차를 파는 형식의 방안을 중고차 업계에 전달한 바 있다. 중고차 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구간의 매물은 중고차 업계에서도 주요 매출원인데, 대기업이 그것만 취급해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건 상생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차 보증 기간은 출시 후 3~5년된 차량이다. 중고차 구매자들은 보증 기간이 남아있고 노후가 덜 된 차량을 찾는다"면서 "판매자들이라면 모두 상태 좋은 차량을 가져오고 싶어 하는데 대기업마저 끼어들겠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노후 차량도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고차 업계를 대변하는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도 "소비자 후생을 위해 (상생안 협의엔) 적극 참여하겠으나 대기업의 이익은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는 김주홍 KAMA 상무는 "당초 6년 이내, 12만km 이하 매물에서 구간을 조정, 제안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해외나 수입차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도 해당 구간의 매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만 빼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라는 건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9일 국회에서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발족식이 열렸다. 2021.06.09 kilroy023@newspim.com |
◆ 완성차 업체의 체계적인 시스템...'상생' 이끌 것
완성차 업계는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 가격 공유로 소비자들이 제값에 자동차를 팔 수 있고, 이를 기존 업체와 공유해 신뢰 회복과 판매량 증가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 미래차 시대를 맞아 완성차 대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이 중고차 시장에 제공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홍 KAMA 상무는 "들쭉날쭉한 현재의 중고차 가격은 완성차 업체의 체계적인 가격 산정 시스템으로 수정될 수 있다. 감가율에 기반하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기존보다 터무니없이 비싸진다는 건 오해"라며 "완성차 업체가 가진 정확한 통계와 시스템을 기존 중고차 업체에 공유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고 판매량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만기 KAMA 회장은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인 가격 산출 등 객관적인 인증 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 공급을 보장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비영리민간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 판매를 권장했다. 아울러 혼탁한 중고차 시장 선진화를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인증 중고차' 판매 허용 ▲완성차 업체의 국내 중고차 거래 점유율 상한선 수립 ▲오픈 플랫폼을 통한 품질 및 가격 산정 공개 등을 제안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외국과 같이 출고 5~6년 안팎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정밀하게 점검하고 무상 보증기간을 연장한 '인증 중고차'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국내·외 완성차 업체간 형평성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자동차를 매입한 소비자들 간 형평성을 위해서도 이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대차·기아가 신차 국내 점유율 85%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할 때 중고차 독점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완성차 업체가 인증하는 중고차 거래비중에 대한 시장 점유율 상한을 정해야 한다"면서 "미국 및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선진국에서도 일정 수준의 인증 중고차 판매만을 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판매량 증감을 위해 중고차량의 가격 산정을 임의로 조절하지 못하도록 오픈플랫폼을 통해 중고차의 품질·평가·가격 산정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주먹구구식의 중고차 시장이 투명하게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업계 중 어느 쪽을 원하는지 큰 틀을 잡고 공정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