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4대 그룹 총수·대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44조 투자' 한미정상회담 성과 감사 전달
이 부회장 사면론 '탄력' 대통령 발언 관심
일각에선 '광복절 특사' 가능성도 제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4대그룹의 총수와 대표가 오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오찬을 한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4대 그룹 총수들과 별도 오찬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44조원 규모의 '투자 보따리'를 푼 것에 대한 감사의 성격이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청와대의 전향적인 언급이 나올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일 문 대통령 오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참석한다. 삼성에서는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21 pangbin@newspim.com |
이번 오찬에 대한 재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사면 관련 발언이다. 삼성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국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경제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글로벌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 사면 기류에 힘을 보탠 형국이다.
삼성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총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투자 시기와 지역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큰 환영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선언문에서 "한국기업과의 협력이 기대된다"며 삼성, LG, SK 등을 지목해 "땡큐, 땡큐"라고 연달아 언급하며 우리 기업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삼성은 또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숨통의 틔웠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공장을 찾아 "이곳이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 발전하길 기원한다"며 삼성을 치켜세웠다.
치열한 '반도체 전쟁'에서 기업 총수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도체 산업 역할론'이 힘을 받으면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 청와대의 입장은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검토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가 이후 문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살피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 이보다 진전된 '별도 고려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며 사면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 5단체가 공동으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번 오찬 때도 그룹 총수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재차 건의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받아 법정구속 상태다. 내년 7월 만기 출소인 만큼 올해 연말을 지나면 사면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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