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 800만원→2심 무죄 "증언 일관성 없어 신빙성 떨어져"
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바뀐 진술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 없어"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60대 남성이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싸고 사법부의 유무죄 판단이 엇갈린 끝에 대법원이 진술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지하철 안에서 피해자 B씨의 앞에 붙어 손을 피해자 치마 속에 집어넣는 등 약 5분 동안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추행 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B씨가 경찰 조사 때 피고인이 가방을 든 왼손으로 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이와 달리 법정에서는 오른손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법원은 이와 관련해 B씨가 증언 번복의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고 이외 전체적인 추행 피해사실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피해 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일부러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등 이유도 유죄 판단의 간접적인 근거로 작용했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추행사실과 간접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히려 진술이 추가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또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피해사실을 과장해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에 대해서는 "피해자 진술 외에 다른 목격자 등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본인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을 솔직하게 진술해 그 주장을 믿을 만하다"고 했다.
대법은 그러나 이같은 원심 판단이 증거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잘못 판결한 것이라고 보고 이를 파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새로이 추가한 부분이 있으나 이는 대부분 공소사실과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기억을 떠올려 진술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여지가 있는 사정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추행행위를 인지하게 된 경위와 피해사실 주된 부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피해자가 항의를 하고 경찰에 신고한 행위로 피해자의 성격을 속단, 피해자의 성격상 이 사건과 같은 추행 정도에 대해 일정시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참았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한 것으로 논리와 경험에 다른 증거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가방 끈이 흘러내려 이를 다시 잡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B씨 하체에 닿은 것 같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B씨의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을 살펴보면 이를 오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며 "피해자가 굳이 허위 내용을 지어내 A씨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