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정부합동특별수사단, 원인은 검찰 배제 탓?
수사 진행 따라 검찰 합류할 가능성도 있어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토지 투기 비리에 정부가 '드림팀'을 만들어 대응한다.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에 국세청, 금융위, 국토교통부가 합세 했으며 이어 검찰까지 합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비리 사건 수사에 이 정도 규모의 정부합동조사단이 구성된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부가 '명운'을 걸고 비리 수사에 임하겠다는 다짐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애초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합동조사단과 수사본부의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로 불거진 LH 직원의 신도시 개발예정지 토지 투기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측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국세청, 금융위, 국토교통부까지 약 770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정부특별합동수사본부를 발족했다.
정부가 LH 비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 합동조사단을 처음 구성한 것은 지난 4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공직자 투기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다음 날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의 보고 받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 2021.03.08 kilroy023@newspim.com |
합동조사단의 역할은 LH직원과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투기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합조단은 이날부터 경기도와 인천시, 광명, 고양, 남양주, 부천, 하남, 과천, 안산시 개발예정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범죄자'로 지목된 국토부가 합류한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정 총리 측은 토지 관련 거래내역을 알 수 있는 국토부의 토지거래정보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주말이 지나 8일에는 비리 혐의자에 대한 수사를 맡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출범했다. 정세균 총리는 월요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을 집무실을 불러 수사본부 출범을 지시했다. 공식 수사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 총리는 "국수본에 설치된 특별수사단을 국세청,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하라"며 "개발지역에서의 공직자를 포함해 차명거래와 같은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이 주 안으로 나올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받으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반면 비슷한 사례의 공직자 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을 배제시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올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 범죄를 제외한 민생형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도록 한 만큼 이번 수사는 경찰에 맡겨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틀이 지난 10일 이번엔 검찰까지 합수본에 합류하는 구상이 나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검사를 수사본부에 합류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은 국수본-대검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합수본 구성이 결정된 지난 8일 LH 비리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을 주문했다. 사실상 검찰의 수사 합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어 10일 정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합수본에 검사를 대거 파견하겠다고 말해 검사들의 수사 지휘 논란이 일었다.
일단 합수본에 파견된는 검사는 1명으로 일단락 됐다. 파견되는 검사에겐 수사권은 없다. 단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자문만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규모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정부의 부패 척결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에 따라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을 수준의 조사단과 수사단이 출범한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제 갓 이뤄진 만큼 다소 불안한 국가수사본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관계기관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1.03.10 yooksa@newspim.com |
반면 검찰이 수사에서 배제된 것은 수사역량에 중대한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합수본 소속기관 중 경찰을 제외한 금융위, 국세청, 국토부 등은 '자료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정작 수사는 경찰로 구성된 국가수사본부에서 해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에 혼선을 빚을 경우 검찰 인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 단장인 최창원 국무1차장은 "수사를 맡을 검사가 합수본에 파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검찰 수사가 필요하면 그때가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더욱이 국수본과 대검의 협의체가 가동된 만큼 검사들의 추가 합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검찰 일각에서는 비리 폭로 8일 만에 LH 압수수색을 단행한 국수본에 대해 '망한 수사'라는 조롱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검찰청 관계자는 "지금의 합수본은 정부가 검찰을 배제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합류할 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결국 정권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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