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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세상]④ 마스크 시비에 집회 충돌까지…'갈등'은 이제 그만

기사입력 : 2020년12월31일 07:00

최종수정 : 2020년12월31일 07:00

마스크 착용 의무화 됐으나 욕설·폭행 난무
집회 금지 통고하자 곳곳서 불만 속출
"권리·자유 중요하지만...방역수칙은 준수해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왔다. 마스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고, 대규모 행사나 집회·시위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위드 코로나 시대 국민들의 새로운 의무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초래됐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시민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일부 단체는 금지 통고된 집회를 강행하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진앙지로 지목됐다. 내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자유를 누리는 바람직한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6·25 보다 더한 마스크 대란…착용 권고에 욕설·폭행도

3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시작됐다. 보건용 마스크 수요가 폭발했지만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약국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하나라도 더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의 줄서기 행렬이 펼쳐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6·25(한국전쟁)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0.03.09 hakjun@newspim.com

이 때를 틈타 마스크를 사재기한 뒤 웃돈을 붙여 다시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중간 유통업자가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다. 1개당 500원 정도 하던 마스크 가격은 최대 10배인 5000원까지 올랐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마스크를 비싼 값에 구매해야 했다. 카카오톡 등 단체 대화방을 이용한 음성적 마스크 거래도 성행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품질검사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자부터 가짜 마스크 판매자까지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는 한편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나섰다. 경찰은 2월 28일부터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 단속에 나서 1주일 만에 총 72건을 적발하고 151명을 검거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거리두기 1단계 상황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미착용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마스크 착용 유무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시민 또는 종업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하는 일이 이어졌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 8월 2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승객에게 욕설을 한 택시기사가 벌금형을 선고 받는 사례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허정인 판사는 지난달 13일 "사람들이 다수 통행하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모욕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B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 대규모 집회·시위 금지에 반발…"방역수칙 준수하며 자유 누려야"

마스크 착용 시비와 함께 또 다른 사회적 갈등으로 대두된 것은 집회·시위 관련 논란이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까지 전파되자 서울시는 지난 2월 21일 서울·청계·광화문 등 서울시내 모든 광장집회를 금지하기로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물리력까지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 등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등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통제되고 있다. 2020.08.15 mironj19@newspim.com

그러나 서울시 발표 다음날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범투본)'는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서울시가 금지한 광화문 광장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 옆 교보빌딩에서 이뤄진 집회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전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는 광복절인 8월 15일에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8·15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광복절 집회 당시 해산 명령에 불응한 16명과 공무집행을 방해한 14명 등 3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집회 주최자 및 가담자 35명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보수단체 뿐만 아니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광복절 보신각 인근에서 '8·15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당초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서울시가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내리자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조합원 2000여명이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이를 주도했던 김재하 비대위원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 8명을 감염병예방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인 시위 등 소규모에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가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9명씩 나눠 각자 다른 지역에서 동시에 집회를 여는 방식이다. 자동차 밖에 플래카드를 걸고 도로를 행진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집회도 나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설 연휴가 끝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대비해 마스크를 쓰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0.01.28 mironj19@newspim.com

그러나 집회 과정에서 주최 측 외 인파가 몰리는데다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면서 언제든지 코로나19가 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일명 '전태일 3법' 입법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면서 10인 미만 기자회견을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었다. 그러나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나왔다.

민주노총 산하 6개 단체 400여명은 지난 4일에도 여의도 일대 20여곳에서 소규모 집회를 진행했는데, 노조원 1명이 집회 대응을 하던 경찰관을 잡아 넘어뜨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이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181개 중대 1200여명 경력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방역수칙을 모두 다 따른다고 볼 수는 없다"며 "주최 측에서 방역당국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특히 "감염병 예방에 치중한다고 해서 집회·시위 자유가 말살되거나 없어져서는 안 된다"며 "방역당국 지침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집회·시위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내려진 경우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법원 판단을 통해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의원의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집회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히 제약할 우려가 있는 만큼 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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