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보다 변화 택한 신동빈...계열사 수장 37% 물갈이 '초강수'
임원 규모도 20% 축소...한층 젊어진 50대 초반 CEO 전진 배치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올해 롯데그룹의 연말 임원인사 키워드는 쇄신과 세대교체·슬림화로 요약된다.
◆안정 보다 변화 택한 신동빈...계열사 수장 37% 물갈이 '초강수'
이번 인사는 안정보다는 '변화'에 방점이 찍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깜짝 인사' 이후 다시 한번 인적쇄신 카드를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가 용퇴하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신임 롯데지주 대표로 선임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 |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졌다. 통상 롯데는 12월 중순쯤 연말 인사를 발표해 왔다. 코로나 비상시국에서 내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계열사 수장들의 인사 폭도 예상대로 컸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13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비율로 따지면 37% 수준이다. 8월 인사 때 계열사 대표가 6명 교체된 것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 19명으로 창사 이후 인사 폭이 가장 컸던 작년(22명)에 이어 올해도 '독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롯데지주는 최근 2년 새 6개실 수장들을 모두 교체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
600여명에 이르는 그룹 전체 임원 규모도 20%가량 줄었다. 임원 운명을 결정한 것은 성과다. 식품 부문이 상대적으로 대표 물갈이 폭이 컸던 것도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푸드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매출은 1조3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82억원에서 449억원으로 7% 내려앉았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 가맹점을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13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올해 코로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임원 직급 단계는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CEO로 조기 발탁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임원 직급 중 상무보A와 상무보B를 상무보 하나로 합치고 승진연한은 3년으로 단축했다. 기존에는 각 2년씩으로 4년이었다.
부사장 직급 승진 연한은 폐지했다. 기존에는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직제 개편을 통해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간은 최소 7년으로 단축되게 된다.
◆한층 젊어진 대표...50대 초반 전진 배치
계열사 수장도 한층 젊어졌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대체적으로 50대 중반대 대표로 교체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50대 초반대의 상대적으로 젊은 전문경영인(CEO)을 전진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1970년생인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전무)와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전무)는 51세로 가장 젊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부사장)는 1969년생으로 52세,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부사장), 정기호 롯데상사 대표(전무), 차우철 롯데지알에스(GRS) 대표(전무)는 1968년생으로 53세다.
반면 이영호 식품BU장(사장)은 퇴임한다. 1958년생인 이 사장은 63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18년부터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등 식품 계열사를 총괄해 왔다.
외부 수혈도 있었다.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인 박은재 변호사를 준법경영실장(부사장)으로 기용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매우 불확실해진 경영환경에 대비해 내년도 경영계획을 조기 확정하고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임원인사는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