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형성·진화를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
[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과 우주 진화와 은하 생성을 계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치모의실험 'Horizon Run 5(HR5)'를 수행했다고 19일 밝혔다.
KISTI는 2018년 25.7페타플롭스의 계산능력을 가진 당시 세계 11위 규모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도입했다.
이에 HR5 연구팀은 2019년 누리온을 활용해 기존에 수행할 수 없었던 규모인 2500 계산노드(7.5페타플롭스 규모)에서 3개월간 계산을 진행했다.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전경[사진=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20.10.19 memory4444444@newspim.com |
연구팀은 이 계산을 위해 프랑스에서 개발된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 코드 RAMSES(람세스)를 채택했고 누리온 슈퍼컴퓨터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하도록 최적병렬화했다.
새롭게 개발된 RAMSES 버전은 초신성과 활동성 은하핵에 의한 기체의 가열 및 손실뿐만 아니라 산소, 철과 같은 중원소 함량의 진화,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자세한 물리적 진화과정을 계산 가능한 코드이다.
최적병렬화는 슈퍼컴퓨터에서 수천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코드를 개발해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계산하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HR5내 100여개 은하단 중 하나의 색합성 이미지[사진=KISTI] 2020.10.19 memory4444444@newspim.com |
HR5는 모의실험의 규모를 크게 확장해 표준우주모형에 입각한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한 데 의의가 있다.
기존 세계 최대급 우주론적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에서는 가상 우주 공간 크기의 한계 때문에 우주거대구조의 성장과 은하 진화와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규명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기존 수치실험에서는 10개 내외의 은하단만 찾을 수 있었지만 HR5에서는 동일한 공간 분해능을 가진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큰 공간에서 약 10배 더 많은 100여개의 은하단을 찾을 수 있었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의 은하단 형성과 소속 은하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어 2020년 노벨물리학상과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으로 화제가 됐던 초거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이론적 자료가 될 수 있다.
HR5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한 가장 큰 은하단 중 하나를 포착한 모습[사진=KISTI] 2020.10.19 memory4444444@newspim.com |
HR5 실험은 우주의 팽창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상으로 제시된 암흑에너지(Dark Energy)의 정체 규명을 위한 탐사 관측 해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의 나이가 38만년일 때 빛과 물질이 분리되며 형성된 물질 요동의 흔적(BAO)은 암흑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정보 중 하나인데 HR5는 한 변이 약 34억 광년인 가상 우주 공간 내의 은하 분포로부터 BAO를 구현해 낸 최초의 시뮬레이션이다.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는 "HR5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으로, 우주 거대구조와 은하의 생성 및 진화를 동시에 정밀히 기술할 수 있다"며, "우주론을 비롯한 은하 및 은하단의 기원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치실험에 참여한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 권오경 책임연구원은 "이번 거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수행할 수 없었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며 "다른 종류의 연구에도 확장해 혁신적인 연구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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