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배터리 데이...테슬라 순매도 행진
'사기 의혹' 니콜라·나녹스 주가 '뚝뚝'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미국 주요 증시가 조정을 겪는 가운데 니콜라에 이어 나녹스까지 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서학개미들이 점차 미국주식에 등을 돌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테슬라'마저 실망스러운 배터리 데이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서서히 발을 빼는 모양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보유 잔고는 37억6205만달러(한화 약 4조3989억원)로 지난 21일 42억4140만달러(한화 4조9594억원)에서 단 일주일 사이에 5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최근 3개월 간 미국 수소차 업체 니콜라의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증권] |
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배터리 데이에서 테슬라의 별다른 신기술 발표가 없었다는 실망감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6거래일 연속 테슬라 주식 매도에 나서는 등 '테슬라 이탈'을 본격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소차 업체인 니콜라와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 나녹스(Nanox)가 '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를 해 온 서학개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니콜라는 공매도 전문 리서치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의 보고서를 통해 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힌덴버그리서치는 지난 10일 니콜라가 2년 전 수소 트럭의 성능을 입증한다고 올린 영상이 사실은 언덕에서 아래로 굴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이 사임하면서 "니콜라 기술은 실체가 없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9일 79.73달러까지 치솟았던 니콜라 주가는 현재 19.30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서학개미의 대량 매수를 이끈 '나녹스'도 비슷한 사기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매도 행동주의 투자기관인 시트론리서치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돼 17억 달러(한화 약 1조 9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이스라엘 기업 나녹스는 제2의 테라노스(실리콘밸리의 사기 기업)이며 목표주가는 0달러"라고 밝혔다. 시트론리서치는 "나녹스는 그들의 실제 기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발표한 적이 없고 과학 논문이나 서류도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 우리는 제품에 대한 증거자료도 본 적이 없고 오직 모형 그림만 봤다"고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나녹스 주가는 지난 11일 주당 64.19달러까지 고공행진을 벌였지만 시트론리서치 보고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결국 30.11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회복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기술주들이 사기 의혹에 시달리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주식 투자자 김모(34) 씨는 "사기 의혹 등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아 니콜라, 나녹스, 테슬라 주식을 절반 이상 매도했는데 20% 넘게 손실을 봤다"며 "투자자 사이에서도 미국 기술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단기 조정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서학개미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전보다 조금 더 특별한 상황으로 투표가 끝나고도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혼란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우려가 생기고 있고 주식시장도 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