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의사 표시했으나 부친이 합의 후 처벌불원
법원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로 보기 어렵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과 미성년 피해자의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포함됐다고 보기 힘들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감경요소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강 씨는 지난 2015년 이웃에 살던 A양(당시 12세)을 2회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2심은 그러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강 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아버지가 작성한 강 씨에 대한 처벌불원서, 피해자가 변호사에게 보낸 '옆집 아저씨(피고인) 용서해줄게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등이 진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성범죄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1년 가까이 진행된 피해자에 대한 의사 확인 절차를 볼 때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피해자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 아버지를 통해 무리하게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처벌불원서가 제출되기 직전 피해자가 느낀 심리적 부담과 곤경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의사가 진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또한 이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은 "나이 어린 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이 밝힌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포함돼 있는지는 사건의 유형·내용, 피해자 나이, 합의의 실질적인 주체·내용, 합의 전후의 정황, 법정대리인 및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