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기 대변인, 정례브리핑 30여분만에 답변 정정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통일부가 10일 이인영 장관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남북 간 '물물교환'(작은 교역)과 관련한 한·미 간 협의 여부에 대해 애초 "(미국 측이) 공감의 뜻을 전해왔다"고 했다가 30여 분 만에 "협의된 바 없다"고 수정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물물교환과 관련 한미워킹그룹 등을 통한 한미 간 조율이 필요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미측이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우리는 작은 교역의 시작과 함께 미측에 여러 차례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8.05 yooksa@newspim.com |
'구체적인 소통 채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하게 어떻게 미측에 설명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정례브리핑이 끝난 지 약 30분 만에 관련답변을 수정했다. 통일부는 기자들에게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 수정'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기존 답변인 "미측이 취지에 공감했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답변을 "작은 교역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는 사안으로 한미 간 협의된 바 없다"고 정정했다.
최초 답변이 통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물교환에 대해 미측과의 협의를 통해 공감을 얻었다는 의미라면, 정정된 답변은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질문 내용을 착각했다"며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대북 지원에 대해서는 미측과 소통을 했지만, 물물교환에 대해서는 미측과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미측과도) 소통은 하겠지만, 남북 간 작은 교역 구상은 아직 검토 단계이고 구체적인 액션이 취해진 것도 아니어서 미측에 설명한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작은 교역'은 지난 6월 30일 국내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통일부에 신청한 약 8억원 규모의 코로나 방역물품 대북 반출 사업을 말한다. 통일부는 이 단체가 남측의 설탕과 북측의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을 교환하기로 계약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반출입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전 "벌크 캐시(대규모 현금) 문제들이 대북제재와 관련해서 늘 직접적인 제약점들로 작용돼 왔기 때문에 물물교환 방식으로 (기존의 방식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북측의 금강산·백두산 물, 대동강 술을 남측의 쌀, 약품과 맞바꾸는 방안을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를 돌파할 카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여 대변인은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의 사업 파트너인 북측 개성고려인상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업체와 같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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