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CB·BW 발행형식 고리 불법대출 등 자본시장법 위반
검찰 출신 변호사·CB 발행사 대표 등도 함께 기소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상상인 그룹 불법대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유준원(46) 대표이사를 구속기소하고 7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사건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9 dlsgur9757@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유준원 대표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부정거래·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유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검찰 출신 박모 변호사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상상인 그룹 임원과 관련 회사 대표 등 18명은 불구속 기소 결정했다.
검찰은 유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들에게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CB)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투자자들을 기망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9개 상장사 대표 등과 공모해 실질적으로는 이들 회사에 담보대출을 해 주고도 합계 623억원 상당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회사에 자금이 투자된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같은 방식으로 불법 대출을 해 준 상장사 가운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실소유주로 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투자사 더블유에프엠(WFM)도 포함됐다. WFM은 당시 CB 110만주를 발행해 20억원을 투자받는 형식으로 상상인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에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당시 골든브릿지증권 인수 등 사세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편의를 기대하고 조 씨에게 이같은 특혜대출을 해줬다며 뇌물 여부를 의심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번 수사를 통해 WFM 불법대출과 조 전 장관 간 관련성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각에서 유 대표가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으나 수사 과정에서 무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핌DB] |
유 대표는 또한 2017년 7월 저축은행이 명목상 투자조합을 통해 180억원의 여신을 제공해 또다른 상장사가 담보 없이 250억원 규모 CB 발행에 성공한 것처럼 가장한 후 이를 틈타 자신이 보유하던 해당 상장사 주식을 팔아치워 50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미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일명 '선수'로 알려진 인수합병(M&A) 전문 브로커를 통해 상장사 M&A 관련 정보를 시장보다 미리 취득하고 이를 이용한 이른바 '단타' 주식매매로 시세차익을 취득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의 법률 대리인인 검찰 출신 박 변호사와 함께 골든브릿지증권 인수 등 상상인 그룹 확장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상상인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도 있다.
박 변호사는 특히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대량 보유한 상상인 주식 가치 하락 방지를 위해 1년 4개월간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그 과정에서 관련 계열사 자금 813억원을 불법 사용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상장사 자금을 이용한 시세조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수백억원대 손실을 야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과 불법대출을 공모한 상장사 대표, 상상인 그룹 임원 등 18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향후 범행으로 인한 불법 이득 환수를 위해 상상인 그룹으로부터 추가적인 자료를 제출받아 유 대표와 박 변호사의 최종 불법 취득 금액을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10개 회사 관련 사기적 부정거래 금액은 88억원 상당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상상인 그룹은 기업에 전환사채(CB)를 담보로 불법 대출을 주된 상품으로 영업하던 사채업자들의 영역을 장악해 이를 바탕으로 시장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를 통해 저축은행의 CB 발행 등 방식 담보대출의 불법성이 확인되면 향후 자금원이 근절됨으로써 이와 유사한 무자본 인수합병(M&A) 등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범동 씨는 지난 1일 코링크PE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연루된 WFM 불법대출 혐의와 관련해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