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리·역량 청문회 분리" vs 野 "청문회 위증 처벌해야"
20대 국회서도 법안 발의 봇물…실제 개정은 없어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21대 국회에서 또 다시 발의됐다. 여당에서는 인사청문회가 과도한 '신상털기' 위주로 진행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윤리 청문회와 역량 청문회로 나누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반대로 야당에서는 청문회를 내실화 하기 위해 청문회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논의는 20대 국회와 판박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를 전후로 여야는 지난해 청문회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정세균)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나경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0.01.07 kilroy023@newspim.com |
◆여당 "윤리·역량 청문회 나눠야" vs 야당 "청문회 위증죄 물어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각각 '윤리'와 '역량'을 담당하는 청문회로 분리하고, 윤리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홍 의원은 "인사청문제도가 해가 거듭될수록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로 과열되고 있다"며 "인사권을 볼모로 한 여야 대립과 국회 파행의 원천이 되고 있고, 공직 기피현상이 확산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지 이틀 뒤, 미래통합당에서는 인사청문회를 내실화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엄태영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의 진술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위공직후보자는 청문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거나 자료제출에 부응해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
더불어 충실한 인사검증을 위해 공직후보자 또는 해당 기관이 요구받은 자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위원회에서 후보자 또는 해당 기관을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여야의 청문회법 개정안 발의는 지난 20대 국회와 판박이다.
20대 국회를 통틀어 발의된 인사청문회법은 총 57건이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청문회를 전후로 개정안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그 중 처리된 안건은 단 하나다. 그마저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일본식 용어 표기를 한국식으로 바꾸는 법안이었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는 지난 2017년 7월 인사청문제도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해 2018년부터 가동에 들어갔지만, 세 차례 회의만 진행한 뒤 아무런 성과 없이 활동이 종료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6 leehs@newspim.com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여야 바뀔 때마다 입장 바뀌어
법 개정안 논의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것은 여야 모두 민감하게 이 법에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뜻을 같이 하지만, 여야가 뒤바뀔 때 마다 공수(攻守)가 바뀌듯 청문회 제도 개선 방향도 정반대로 달라진다.
20대 국회만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7년 2월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은 '인사청문위원회를 윤리성 검증 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 인사청문회로 이원화하며, 윤리성 검증 청문회는 공개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낸 법안과 똑같은 내용이다. 다만 발의의 주체가 바뀌었을 뿐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매 국회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어왔다"며 "하지만 여야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달라지니 어느 한 쪽으로 제도 개선을 밀어붙이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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