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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한미워킹그룹서 한국 정부 이해 관철시킬 전략가 필요"

기사입력 : 2020년06월20일 08:41

최종수정 : 2020년06월20일 14:56

북한전문가 "임동원·정세현 같은 전략가 나와야 한반도 문제 해결"
김준형 원장 "워킹그룹 존재를 한국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게 중요"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최근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전투근무체계로 격상하는 등 남북 간 긴장관계가 고조되며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20일 국내 한반도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남북·북미 간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국 정부의 정책과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전략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워킹그룹 수석대표 회의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pangbin@newspim.com

앞서 한미워킹그룹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 등을 만나 급격하게 경색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그는 비건 부장관 등 미측 파트너들과 북한의 강경대응에 따른 긴밀한 한미공조 방안 등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19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쓴 회고록(제목: 판문점의 협상가 정세현 회고록)에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미국이 반대하는 개성공단에 남측 기업을 진출시키기 위해 당시 조명균 통일부 국장(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세 차례나 미국 상무부에 보내 설득하는 과정이 나온다"며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지만 '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나 정세현 전 장관 같은 의지와 전략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정책과 이해관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이를 설득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략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 문재인 정부에 임동원 전 장관 같은 전략가가 3명만 있었으면 이런 위기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한미워킹그룹 활용방안에 대해선 "한미워킹그룹이 애초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북미와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실무진에서 추진하려는 차원에서 출범했다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남북 경제협력 속도를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맞추기를 원하면서 대북제재 이행에 초점을 맞춘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미워킹그룹을 남북관계 진전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핵문제가 한국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미국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여기서 한미워킹그룹에 참석하는 한국 측 대표에게 우리 정부의 이해관계를 미측에 설득하고 실행시킬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사진=뉴스핌DB]

정세현 전 장관 "개성공단 추진 때 미국 상무부 3차례 방문해 설득"

정세현 전 장관의 회고록을 보면 미국은 '대적성국 교역법(Trading with the Enemy Act)'을 들어 개성공단에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기술이 10%만 들어가 있어도 그 기계가 적성국으로 들어갈 때는 미국 상무부의 허락을 받도록 돼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러한 반대를 당시 한국 외교부의 협조 없이 통일부 자력으로 해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당시 상황을 "처음에 조명균 국장에게 '역시 대미교섭은 외교부 소관이니까 외교부에 얘기해서 미국 상무부 허락을 좀 받아오라고 하시오'라고 지시했어요. 그랬더니 불과 며칠 사이에 답이 왔어요. '안 된답니다.' 화가 났죠. 자기 부처 일이 아니라고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한 거에요. 지나가는 말로 이야길 하면 그걸 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회상했다.

정 전 장관은 이후 조 전 국장을 미국에 세 차례 보내 상무부를 설득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사전정지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6·15남북공동선언을 끌어낸 주역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화해정책인  '페리 프로세스'에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반영한 전략가다. DJ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통일외교안보특보 등을 역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 pangbin@newspim.com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워킹그룹 논란보다 활용무대로 만드는 게 중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도 같은 날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미 간 수많은 소통창구 중 하나인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며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협의체를 우리가 주도하고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얘기에서 미국을 설득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원장은 "예를 들어 남북이 2018년 4·27 정상회담과 9·19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운영 재개에 대해 북측은 남측이 이행을 안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남측이 이를 추진하고자 할 때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미측이 대북제재 조치에 위배된다며 반대해 난리가 났었다는 점이다. 이런 논란과 상황을 한국 정부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미워킹그룹 실체와 논란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간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협의체로 2018년 1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서는 외교부와 청와대, 통일부를 주축으로 사안에 따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미국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 등이 참석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워킹그룹은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한반도 관련사안 전반을 협의하는 협의체"라며 "그러한 맥락에서 지금까지 유지가 돼왔다"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은 그러나 대북관계 접근방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보다는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종속변수로 치부되고 주로 대북 경제제재 이행과 점검에 집중되면서 북측의 비판 대상이 됐다.

실제로 정부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과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도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워킹그룹에서 논의됐다.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등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사업도 미국과 제재 문제를 협의하느라 지연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7일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 그 지점을 외교부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미국이 아무래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원활히 하기 위해 워킹그룹 메커니즘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라며 "앞으로 워킹그룹이 좀 더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그런 면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교부로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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