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반복되자 기업 경각심 고취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사망사건에 대한 형량을 조정해 줄 것을 사법당국에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재·사망사고 발생시 처벌 형량이 너무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5월 4일 양형위원회에 산안법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 제출을 한 데 이어 이날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만나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대형 인명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함에도 기업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하도록 유도하기에는 형량이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3일 만나 산업재해·사망 양형기준 조정과 관련해 협의했다. [사진=고용노동부] 2020.06.03 jsh@newspim.com |
현재 양형위원회의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6년 제정됐고 과실치사상범죄군으로 설정돼 있다. 2013~17년 산재 상해·사망사건 형량을 분석한 결과, 자연인 피고인(2932명) 중 징역 및 금고형이 86명(2.93%), 집행유예 981명(33.46%), 벌금형 1679명(57.26%)이었다.
징역 및 금고형의 경우 '6개월 이상 1년 미만(52명)'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1년~1년6개월 미만 17명, 1년6개월~2년 미만 11명, 2년 이상 6명 등이다. 벌금형의 경우 평균액은 자연인은 420만원, 법인은 448만원이었다.
이재갑 장관이 김영란 양형위원장에게 협조를 당부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산안법 위반사건을 독립범죄군으로 설정해 양형기준을 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장관은 "현재 양형기준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안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요구가 매우 엄중해져 대량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범죄의 성격을 가진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안법 위반시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 장관은 "산안법 위반사건 대다수는 벌금형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이며 기업(법인)에 대한 제재수단은 벌금형이 유일해 이에 대한 적정한 기준설정이 필요하다"면서 "개정 산안법에서 법인 벌금형이 10억원(종전 1억원)으로 대폭 상향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형기준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이 장관은 "산업재해 분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높은 산재사망률을 기록하는 등 부정적 지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법 내용은 선진국 수준이나 사업주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법을 지키지 않을 때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형 인명사고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 등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 하나"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소중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양형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하여 제7기 양형위원회('19.4.27~'21.4.26)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