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은 전두환 흉상' 내려치고 때리고
"헬기서 사격한 사실 없어"...재판 중 졸기도
[광주=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1년여 만에 다시 광주를 방문, 법정에 섰다. 5·18 유족들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내내 '살인마 전두환을 구속하라', '전두환은 무릎 꿇고 사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전 전 대통령은 3시간이 넘는 재판이 끝나자 광주 시민들을 피해 도망치듯 법원을 빠져나갔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전 8시 25분쯤 부인 이순자(82)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전 대통령은 중절모를 쓰고 다소 긴장된 듯한 표정으로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광주로 향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재판이 열리는 광주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전 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0.04.27 alwaysame@newspim.com |
전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가 임박한 낮 12시 15분쯤 광주지법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5·18 관련 단체(5월 단체) 회원들은 전 전 대통령이 법원 후문과 정문 중 어느 곳으로 들어올지 몰라 그룹을 나눠 대기하고 있었다.
일부 회원은 이날 오전 법원 앞에 설치된 '무릎 꿇은 전두환' 흉상을 내려치거나 뿅망치 등으로 때리며 울분을 토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더 시원하게 때려", "머리를 내려쳐야지"라고 거들었다.
낮 12시 19분쯤 광주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이 법원 후문을 통해 들어오자 5월 단체 회원들은 일제히 달려가 구호를 외치는 등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 '살인마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 진실을 밝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소복을 입은 채 법원 정문에서 전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오월 어머니집' 회원들은 급히 후문으로 와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간 후에도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불렀다.
법원 건물로 들어가던 전 전 대통령은 "왜 책임지지 않느냐",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묻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아무런 말 없이 법원 건물로 들어서는 전 전 대통령을 지켜본 5·18 유족들과 광주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5·18 단체 회원 김양숙(86) 씨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지옥같던 그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오늘 전두환 얼굴을 보니 죽은 아들 얼굴도 생각나고 화가 치밀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일인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오월 어머니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외치며 흐느끼고 있다. 2020.04.27 leehs@newspim.com |
'살인마 처벌이 정의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던 최영석(63) 씨는 "오늘도 전두환은 사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한 모습으로 법원에 들어가더라"며 "적어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학살자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광주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광주지법은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2시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은 고(故) 조비오 신부 등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 후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헬기 기총사격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만약 헬기에서 가격을 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텐데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군인이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3시간 40분여의 재판을 마치고 오후 5시 38분쯤 법원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 전 대통령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이중·삼중으로 보호를 받으며 준비된 차량에 올라탔다.
광주 시민들과 5·18 단체 회원들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차량을 막아서려 했으나 전 전 대통령 측은 줄행랑 치듯 서둘러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를 본 시민들은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말라"며 차량을 향해 욕설을 쏟아냈다.
경찰은 이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광주지법 안팎에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등 12개 중대 85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이날 집회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된 시민이나 5·18 단체 회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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