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전세계 경제의 침체 시나리오가 더 이상 잠재 리스크가 아닌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요국의 여행 금지 조치부터 디즈니의 테마파크 폐쇄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대응책이 지구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측면의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패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를 통해 침체를 비껴가기는 어렵다는 진단에서 비롯된 결과다.
중국 현지 생산라인과 공급망을 필두로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지구촌 경제의 마비가 광범위하게 번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여행을 30일간 금지시킨 것을 포함해 각국의 국경 폐쇄로 항공업계가 이미 된서리를 맞았고, 뉴욕주가 500명 이상 모임을 금지시킨 데 따라 브로드웨이 공연 산업도 문을 닫게 됐다.
이 밖에 각종 국제 행사와 페스티발, 스포츠 경기가 취소됐고 디즈니 테마파크와 카지노 매장도 영업 중단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바이러스 공포에 재택 근무가 늘고 외출이 줄어들면서 패션 산업부터 외식 업계까지 매출 급감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밖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에서 촉발된 국제 유가 폭락에 미국 에너지 업계는 신규 투자는 물론이고 기존 프로젝트의 가동도 멈추는 움직임이다.
월가의 투자자들와 정책자들은 전세계 경제의 총체적인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빅토르 콘스탄치오 전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각) 트윗에서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가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컨설팅 업체 MFR의 조슈아 샤피로 대표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를 진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산업의 비즈니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며 "이로 인해 극심한 실물경기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 묶인 항공업계 [사진=로이터 뉴스핌] |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제가 상반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연율 기준 2%와 3%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2009년 이후 이어진 경기 확장 사이클이 꺾일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에 따르면 월가의 공포지수 CBOE 변동성 지수(VIX)를 포함해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지표가 미국 경제의 침체 리스크를 80%로 진단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향후 12개월 이내 침체 가능성도 52%로 상승, 극심한 불경기가 닥쳤던 2009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이 공개한 2월 서비스업 지표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는 등 굵직한 지표가 적신호를 내면서 비관론에 설득력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이 이번 침체 리스크에 대한 주요국 정부의 부양책 효과를 불신하고 있고, 금융시장이 패닉을 연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전세계 경제가 1% 성장,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가 발생했던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후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라크만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국이 경기 부양에 팔을 걷었지만 경기 하강 기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