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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삼성준법위 "이재용 부회장 승계문제 사과"...뭘 어떻게?

기사입력 : 2020년03월12일 11:14

최종수정 : 2020년03월12일 11:14

준법위 "과거 불미스러운 일 '승계'와 관련"
일각 "법적 판단 나지 않은 부분이 사과 대상일 수 있나"

[서울=뉴스핌] 이강혁 심지혜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이하 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과거 경영승계 과정의 준법 위반행위를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충실히 검토하겠다"며 숙고에 들어갔다.

재계의 반응은 '어리둥절'하다로 모아진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과거의 어떤 법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것인지 행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또한 과거를 그것도 삼성 스스로 반성하라는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과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부분이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갸웃한 시각도 있다.

삼성은 과연 숙고 끝에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이 지난 1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12일 재계에 따르면 준법위는 지난 11일 발표한 권고문에서 "그간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고 봤다"라며 경영승계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이렇게 권고했다.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있어서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해 달라".

그러면서 삼성물산 등 7개 관계사에게는 "일반 주주의 이익을 지배주주의 이익과 동일하게 존중하며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당초 준법위는 출범이후 발생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다루겠다고 했으나 삼성이 준법위를 운영하게 된 이유를 짚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 승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이같은 권고에 대해 "충실히 검토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하는지 당황한 기색은 역력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이같은 소식에 재계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 의문을 종합보면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것인지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반성과 사과는 과거에 대한 양심고백, 내지는 고해성사를 하라는 것인지 ▲법적으로 책임질 문제와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부분이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이다.

또한 삼성 계열사들에게 '일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는 결국 박영수 특검과 검찰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합병비율 부당 산정 의혹'을 인정하라고 사실상 요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는 준법위의 취지인 예방차원 활동과 역할 범위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준법위의 설립 배경이 된 사안들에 대한 근본적 청산을 해야한다는 지적은 삼성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하나 현재 진행중인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 입장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

단적으로 합병 비율과 관련해서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와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의 원심을 파기하면서 '삼성에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삼성 측 변호인단도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상고심 판시사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어 그 범위 안에서는 이 부회장이나 삼성의 사과 발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계를 대가로 뇌물을 제공,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에 대한 양형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이병철 창업주 시절의 사카린 사건부터 다 끄집어 내야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현재의 권고안으로는 삼성 입장에서 큰 맥락에서 법을 어기지 않겠다는 반성과 사과 이상으로 할 것이 있겠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준법위는 앞으로의 준법경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위법 활동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존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 현재의 준법위 활동은 지나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미 기업 내에 준법감시 조직이 있고 외부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시민단체가 감시하고 있는데 과거를 판단하려 하는 행동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또한 법적 문제가 있는 부분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고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부분이 사과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했다.

한편 재계의 일부 목소리에 대해 준법위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십여년간의 이 부회장 승계 과정에서 대한 논란이 일었다"며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준법위는 "공인으로서 총수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므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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