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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매일 죽은 척하는 아내의 속사정 '집아죽'

기사입력 : 2020년03월10일 10:40

최종수정 : 2020년03월10일 10:40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재혼한 샐러리맨 준(야스다 켄)은 결혼 3년차가 되는 날 아내와 계속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약속한 3년째가 다가오던 어는 날, 퇴근한 준은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 대경실색한다.

영화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이별의 상처를 가진 남자와 남편을 기다리며 매일 죽을 척을 하는 별난 아내의 이야기다.

<사진=(주)미디어캐슬>

'집아죽'은 별안간 죽은 척에 몰입한 치에(에이쿠라 나나)와 아내의 속마음을 알 길 없어 답답한 준의 일상에 집중한다. 화살이 머리를 관통하고 십자가가 심장을 꿰뚫는가 하면, 머리가 악어 입에 통째로 들어가는 등 매일 테마가 바뀌는 아내의 장난(?)에 준은 서서히 지쳐간다.

어쩌면 시한부일지 모를 두 사람의 관계는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연애하고 부부가 되는 보편적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얼굴만 봐도 좋던 아내의 출근길 뽀뽀를 어느새 거부하는 남편, 만취한 남편의 고백에도 의외로 담담한 아내 등 부부사이 특유의 디테일을 살린 장면이 제법 현실적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치에가 열심히 죽은 척을 한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이다. 그만 애태우고 계속 같이 살자는 준의 말에 "달이 아름답네요"라며 웃던 치에의 속내가 비로소 드러난다. 관객은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 '그 후'를 인용한 이 장면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의 앞날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사진=(주)미디어캐슬>

'집아죽'은 자극 없이 담담하게 다가오는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을 가졌다. 드라마 '99.9~형사 전문 변호사'에서 잘 드러난 에이쿠라 나나의 엉뚱하고 풋풋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남자건 여자건 한 사람의 배우자로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의 화법도 거부감이 없다.

참고로 이 영화는 지난주부터 IPTV와 VOD 서비스도 시작했다.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집에서 영화 보는 날이 많은 요즘, 부담 없는 작품을 찾는다면 '집아죽'을 떠올릴 만하다.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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