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재혼한 샐러리맨 준(야스다 켄)은 결혼 3년차가 되는 날 아내와 계속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약속한 3년째가 다가오던 어는 날, 퇴근한 준은 입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 대경실색한다.
영화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는 이별의 상처를 가진 남자와 남편을 기다리며 매일 죽을 척을 하는 별난 아내의 이야기다.

'집아죽'은 별안간 죽은 척에 몰입한 치에(에이쿠라 나나)와 아내의 속마음을 알 길 없어 답답한 준의 일상에 집중한다. 화살이 머리를 관통하고 십자가가 심장을 꿰뚫는가 하면, 머리가 악어 입에 통째로 들어가는 등 매일 테마가 바뀌는 아내의 장난(?)에 준은 서서히 지쳐간다.
어쩌면 시한부일지 모를 두 사람의 관계는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연애하고 부부가 되는 보편적 과정을 생각하게 한다. 얼굴만 봐도 좋던 아내의 출근길 뽀뽀를 어느새 거부하는 남편, 만취한 남편의 고백에도 의외로 담담한 아내 등 부부사이 특유의 디테일을 살린 장면이 제법 현실적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치에가 열심히 죽은 척을 한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이다. 그만 애태우고 계속 같이 살자는 준의 말에 "달이 아름답네요"라며 웃던 치에의 속내가 비로소 드러난다. 관객은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 '그 후'를 인용한 이 장면에 이르러서야 두 사람의 앞날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집아죽'은 자극 없이 담담하게 다가오는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을 가졌다. 드라마 '99.9~형사 전문 변호사'에서 잘 드러난 에이쿠라 나나의 엉뚱하고 풋풋한 매력으로 가득하다. 남자건 여자건 한 사람의 배우자로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의 화법도 거부감이 없다.
참고로 이 영화는 지난주부터 IPTV와 VOD 서비스도 시작했다.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집에서 영화 보는 날이 많은 요즘, 부담 없는 작품을 찾는다면 '집아죽'을 떠올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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