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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120만 동의를 얻은 '우리 대통령 같지 않다'는 탄핵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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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27일 낮 12시를 지나면서 동의 건수가 100만을 넘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오른 이 청원은 26일 오전 9시까지만 해도 35만건 남짓이었다. 그동안에도 문 대통령 탄핵 관련 청원이 있어 왔던 터여서 이번에도 그냥 그러고 말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로 청원이 처음 오른 후 지난 23일 동안의 35만건 동의는 하루 1만5000건 정도여서 특별난 이슈가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6일 낮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불과 하루새 70만건 가까운 동의를 얻으며 100만건을 훌쩍 넘겨버렸다. 28일 오전 8시 현재 120만건도 돌파했다. 120만건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183만명이 참가한 지난해 5월의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유일하다.

 

2020.02.28 julyn11@newspim.com

◆ 26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의 내용은 간단하다. 문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 같지 않고, 중국 대통령 같다'는 거다.청원자는 "이번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 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 합니다. 국내에서는 마스크가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절상태가 지속되어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 데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하였으며 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내어놓고 있지 않습니다."로 시작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이 청원이 26일 이후 동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왜 일까. 이날 확진자가 1200명을 넘었고 12명째 사망자도 발생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가는 상황이었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30여개국에 달하고, 심지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조차 한국인에 대한 격리와 봉쇄조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자존감 마저 무너져 내렸다.

이런 와중에 이날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이 상처입은 국민들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었다.박 장관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처음부터 통제했어야 한다는 일부 야당의원들의 비판에 "(코로나19 확산의)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고 반박한 발언이 알려진 것이다. 박 장관은 "애초부터 들어온 건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 하루에 2000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다 격리 수용을 합니까"라고 정부의 대응이 잘못 되지 않았음을 강변했다.

이에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날(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한 발언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권영진 시장이 '중국인 입국을 막았어야 했는데 못 막아서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권 시장은 보수정당(미래통합당) 소속"이라며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야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구·경북 지역 시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술 더떠 "권 시장이 코로나19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며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한 것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권영진 시장이 방기한 때문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여기에 강경화 외무부 장관은 중국의 격리조치에 대해 지방정부가 한 행동이며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뒤늦게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과도한 조치'라고 항의 했다지만, 돌아온 것은 '외교 보다 방역이 우선'이라는 교과서 같은 대꾸였다.국내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데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앞다퉈 중국에 수백만장의 마스크를 보낸 사실도 국민들의 울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임을 보여야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이상 추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소개글이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100만명을 넘기자 "정리된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다. 1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분노하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응답하는 게 옳다. '한국 대통령 같지 않다'는 게 탄핵 청원 이유인 만큼 한국 대통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혹시라도 90만건의 '대통령 응원' 청원에 기대어 국민적 분노를 애써 무시한다거나, 꼼수로 현 상황을 모면하려 해서는 더 큰 저항과 분노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지금 상황을 정치적 세 대결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청년변호사단체가 '문재인 탄핵 국민청원' 클릭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청와대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실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대통령에 대한 탄핵청원 참가자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인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76만여건)과 신천지 해산 청원(102만여건) 보다 더 많은 이유를 곰곰이 새겨야 한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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