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농단' 7건 기소…법원, 3건 '무죄' 판결
사법행정권 '정점' 양승태·임종헌 등 영향 불가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7개의 사건 중 이미 3건이 무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칼럼을 작성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을 시작으로 전현직 판사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판결이 마무리 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불충분 혹은 직무상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초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는 시각과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시선이 교차한다.
법원 로고 /이형석 기자 leehs@ |
◆ 무리한 기소인가 제 식구 감싸기인가
사법농단 사건은 검찰 수사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일제 강제징용 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을 두고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제기 그 자체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사법부의 수장이 구속된 것도, 현직 판사들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도 처음이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들은 200여 명에 달한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물론이고,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같은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선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들의 상부 보고 행위를 불법으로 볼 것인지 관행으로 볼 것인지 재량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특히 임 전 처장을 비롯해 양승태(72·2기)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대법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가장 어려운 법이라고 불릴 만큼 까다롭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재판부도 "법관의 독립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인 것은 맞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불법적인 지시를 해야 성립되는데, 임 부장판사에게는 일선 재판부의 판결에 개입할 권한이 애초에 없었다는 취지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무죄 판결은 기소 때부터 예상했던 결과"라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들의 업무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고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혐의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도 "직권남용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혐의"라며 "사건의 경중을 따지기 이전에 법리에 기반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무죄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쨌든 법원에 속한 법관으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 같은 전향적인 판단을 내리기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좌)·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고영한 전 대법관(우) [사진=뉴스핌DB] |
◆ 양승태·임종헌 재판에 영향 불가피할 듯
3건의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조직적 범행으로 명명한 사건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7건 중 3건에서 공모관계가 부정되거나 관행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들도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사안 요약 문건을 청와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은 "피고인이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해 사안 요약 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혹은 사법부 외부 성명 불상자에게 제공했다는 점과 관련해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기록을 상부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신광렬(55·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53·24기)·성창호(47·25기)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수사 확대 저지를 목적과 관련해 검찰총장 압박 등을 기재한 보고서 문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후 검토되지도 않았고 실행에 옮겨지지도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 확대 목적으로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어 "영장전담 판사들은 통상적인 예에 따라 주요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신 부장판사는 상급 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수사 정보를 외부에 누설할 의도를 공유하고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차장도 직권남용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의 요건을 까다롭게 해석한 것도 이에 한 몫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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