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한국 작가의 미술품 가격이 사상 처음 1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가 23일 저녁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가 홍콩 컨벤션전시센터에서 개최한 '20세기&동시대미술 경매'에서 열띤 경합 끝에 8800만 홍콩달러(132억원)에 낙찰됐다. 이 금액은 '해머 프라이스'로 추가로 더해지는 구매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세계 경매시장에서는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 공식적인 낙찰가로 발표된다. 따라서 김환기의 '우주'의 경우 구매 수수료를 더할 경우 153억5000만원이 최종 낙찰가다.
김환기가 1971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두 폭짜리 회화 '우주'는 경매 개최 전부터 한국미술 최고가 기록경신이 예상되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한국미술 최고 낙찰가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팔린 김환기의 붉은 전면 점화 '3-II-72 #220'으로 85억원(구매수수료 불포함)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132억원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 [사진=크리스티] 2019.11.23 art29@newspim.com |
이날 크리스티 홍콩의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세일'의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된 김환기의 추상화 '우주'는 약 60억원(4000만 홍콩달러)의 시작가로 출발해 10여분간 현장과 전화응찰을 통한 33번의 경합 끝에, 예상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응찰됐다. 낙찰자는 전화로 경매에 참여한 고객으로, 크리스티 뉴욕을 통해 경매에 참여한 외국 컬렉터로 추정되고 있다.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점화 가운데서도 '우주'는 가장 큰 추상화이자 작가의 유일한 두 폭짜리 회화다. 254×127㎝ 크기의 독립된 회화 2점이 하나로 연결돼 전체 크기는 254×254㎝에 이른다. 이 작품은 김환기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작가 말년의 뉴욕시기 작품으로, 예술성과 희귀성 면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자신이 낳고 자란 고국의 바다와 산, 하늘을 그리워하며, 대형 화폭에 한점 한점 점을 찍어나간 푸른 점화는 김환기 예술사상과 미학의 집성체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수화 김환기의 주치의이자 후원자, 각별한 친구이기도 했던 의학박사 김마태(91)씨 부부가 작가에게 꽤 고가에 구입해 40년 넘게 소장해온 그림이다. 부부는 거실에 이 작품을 걸고 자연의 본질을 아름답게 구현한 수화 김환기의 예술혼을 음미해왔다. 김마태 박사는 김환기가 1974년 뉴욕서 숨을 거둘 때 곁을 지키기도 했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강남대학교 교수(미술시장연구소 소장)는 "김환기 작품은 한국 미술경매 '최고가 톱10' 중 9점이 올라 있을 정도로 한국미술을 이끌고 있는데 이번에 100억원대에 진입하며 한국 미술의 위상과 존재감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향후 김환기의 다른 작품들도 100억원대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쾌거이자, 단색화 및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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