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새 국방수권법 통해 "주한미군 유지" 입장 강조
"주한미군 감축 시엔 한국과 적절히 논의했는지 의회 승인 받아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 의회가 2020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는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2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지난 9월 효력을 상실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대신할 2020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즉 현 수준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상‧하원 조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2019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미국 의회가 이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 것이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6월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을 개관하고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
의회는 2020 국방수권법에 "국방장관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을 감축할 때는 그 감축이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 이익을 상당히 저해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재래식 병력의 위협 감소와 비례한다는 점을 의회에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일본과 이런 감축에 대해 적절하게 논의했는지도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VOA는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 내에서 한반도 안보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은 현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상원에서 주한미군 관련 입법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군사위원회 소속 댄 설리번 의원은 "한국에서 미군은 어디에도 가지 않아야 한다"며 "특히 불법적으로 배치된 북한의 핵무기와 합법적인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는 것은 절대 고려될 수 없다는 데 상원의원 전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라운즈 의원도 "적절한 시점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게 되면 좋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주한미군이 철수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미군 주둔을 통해 역내 파트너들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는 내 생전에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판문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4월 2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식' 리허설이 열렸다. 판문점 남측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이동하고 있다. 2019.04.26 |
다만 이러한 기류는 단순히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견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VOA의 전언이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인 조니 언스트 의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단순히 북한의 위협 때문만이 아니라 역내 방어를 위해 있는 것"이라며 "그 곳에는 우리가 주시해야 할 다른 상대들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언스트 의원의 '주시해야 할 다른 상대'는 중국, 러시아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도 "주한미군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관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은 북한만이 아니라 역내 안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장기 공약, 그리고 미-한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1일 국내 일부 매체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주한미군 1개 여단(3000~4000명 규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 최소 규모를 2만2000명으로 정하고 있는 국방수권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압박할 목적으로 이러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가 나오자 마자 같은 날 미국 국방부는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기사를 내려 줄 것을 해당 매체에 요구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주한미군 철수설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나는 항상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기사들을 매체를 통해 읽는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