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장기화 될 경우 피해 누적..."영세업체는 더 힘들어"
시멘트 등 관련 업계도 타격 불가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철로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은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은 화물차량 수배, 수출일정 조정 요청 등 이번 파업에 맞춰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이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행신 KTX차량기지에 열차가 보이고 있다. 2019.11.20 mironj19@newspim.com |
그러나 철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화물차량 수배 경쟁이 치열해져 운임 비용이 오르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운송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A사 관계자는 "화주들에게 미리 수출일정 조정을 요청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더 이상 우리가 관여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철도가 막히면 물류업체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매일 운송해야 하는 화물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소화하지 못하면 계속 쌓인다. 피해가 계속 누적되는 것"이라며 "자체 화물차량 보유 등 인프라가 갖춰진 대기업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영세업체들은 타격이 더 크다"고 걱정했다.
철도파업을 대처하는 정부 방식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철도파업이 발생할 경우 화물열차 운행 비율이 여객열차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배정된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화물열차보다 여객열차 운행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수출입이 중요한 우리나라 사정상 정부가 화물열차 운행 비율을 높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7개 물류업체가 입주해 일평균 1348TEU(1TEU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를 철도로 운송하고 있는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 ICD) 관계자는 "하루에 상·하행 28대가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정확히 얼마나 줄어들지, 업체들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 될지는 내일쯤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시멘트 등 철도운송 비율이 높은 업계 기업들의 표정도 어둡다. 이들도 당장의 대비책은 마련해뒀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 업체 C사 관계자는 "이번 파업에 대비해서 각 거점에 미리 시멘트 재고분을 준비해놨다"면서도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모든 업체가 화물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운임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손해가 커진다"고 걱정했다.
철도운송 비율이 40%라는 D사 관계자도 "최대 일주일 정도는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그 이후"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화물차량 수배 비용은 둘째 치고, 구할 수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9일 정오까지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면서 이날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열차 운행 비율은 평시 대비 31.0% 수준까지 떨어질 예정이다. 수출입 및 산업 필수품 등 긴급 화물 위주로 수송할 계획이어서 물류업체들에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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