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막대한 손실
'워런 버핏' 매수 당시 밸류에이션 회복, 투자 가치 재평가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석유화학 부문 대장주 페트로차이나(中國石油·CNPC, 601857.SH)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7년 11월 5일 상장 이후 12년 동안 주가가 90% 가까이 하락했다. 공중으로 증발한 시총만 현재 A주 최고가 종목인 귀주모태의 9배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증권가에선 페트로차이나 매수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워런 버핏'의 매수 지점에 다시 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종목은 후강퉁(滬港通·홍콩-상하이 주식 교차 거래) 거래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인들도 투자가 가능하다. A주 대표 '폭락 종목'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투자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는 이유를 들여다본다.
◆ 중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악몽' 같은 '최고 폭락주'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일 페트로차이나의 주가는 장중한 때 5.84위안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마감가는 5.89위안으로 전 거래일 대비 0.17% 상승했지만 하락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5.89위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장 이후 주가 하락폭이 87.27%에 달한다. 시가총액으로는 7조31000억위안이다.
페트로차이나는 시노펙과 함께 중국 양대 석유화학 국유기업이다.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으로도 불렸다. 외국인이 거래할 수 있는 후강퉁 거래 종목 중 하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증시에 상륙한 페트로차이나의 위상 추락은 복합적 원인이 더해져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증시 상장 당시부터 주가에 지나치게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트로차이나가 상장했던 2007년은 중국 A주 사상 최고의 호황장이 연출된 해이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6124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시기다.
사상 유례없는 불마켓 속에서 11월 5일 '아시아에서 최고로 돈을 잘 버는 기업' 페트로차이나의 상륙은 증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상장 당일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발행가 16.7위안에서 출발한 주가는 장중 한때 48.6위안까지 치솟았다. 그날 마감가는 이 보다 낮은 43.96위안을 기록했지만, 발행가 대비 163.23%가 올랐다. 페트로차이나 주식 하나로 인한 거래량이 당시 상하이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절반인 699억9000만 위안에 달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너도나도 페트로차이나 주식 담기에 나서면서 이 종목이 '국민 주식'으로 부상하게 됐다. 페트로차이나 주가가 1마오(毛·현재 환율 기준 약 16.5원) 오르면 상하이지수가 6포인트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규모 투자금 유입과 주가 상승으로 페트로차이나의 시총은 한때 8조8900억 위안(A주 H주 총합)에 육박했다. 시총 기준 세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상하이지수 폭락과 함께 페트로차이나의 주가 거품도 붕괴됐다. 6124포인트였던 상하이지수는 2008년 1664포인트까지 폭락했다. 페트로차이나 주가 낙폭은 이보다 더컸다. 이 종목에 투자했던 수많은 중국 '개미' 투자자들의 '곡성'이 중국 증시를 뒤덮었다. 페트로차이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아픔을 남긴 주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페트로차이나 A주 최근 5년 주가 추이 [그래프=텐센트차이징] |
◆ '워런 버핏' 매수가 도래했지만...'개미' 투자 공포 여전
일부에서 페트로차이나의 투자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은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낮아졌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현재 가치가 워런 버핏이 과거 이 종목에 투자했던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시장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페트로차이나가 A주에 상장하기 전인 2003년, 워런 버핏은 이 종목의 H주(홍콩거래소 상장주식)를 대거 매수했다. 이를 통해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뒤를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2007년 그는 7배의 수익을 남기고 이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다. 그해 A주에서 페트로차이나의 주가가 폭등하자, 시장에서는 워런 버핏의 '판단 실수'라는 비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12년의 '역사'가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올해 11월 1일 페트로차이나 A주의 주가순자산배율(PB)는 0.88배, H주는 0.51배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워런 버핏'의 매수 지점을 회복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페트로차이나에 '데인' 후유증이 워낙 컸던 탓이다. 기대 이하의 실적도 투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3분기 페트로차이나의 매출액은 1조81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동기 대비 23.4% 하락한 372억8200만 위안에 그쳤다. '아시아에서 최고로 돈은 잘 버는 회사'라는 별명을 가진 회사라기엔 너무 초라한 성적이다.
이에 대해 페트로차이나 측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국내 유류 시장 경쟁 구도 심화로 경영 압박이 가중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판매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고,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페트로차이나가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셈법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