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장 점유율 0.01%, 소득공제 적용도 ‘불투명’
‘실패한 정책’ 국감 지적에도 서울시 “현 정책 유지”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제로페이가 국정감사에서 난타를 당했다. 시장점유율이 0.01%에 불과하고 소득공제 40% 적용도 불투명하지만 서울시는 ‘혁신적 제도’라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정책 수정에 반영하는 태도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며 출시 1년을 앞둔 제로페이 실적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9개월간 제로페이 결제액은 149억원으로 전체 전자금융결제액 119조1120억원의 0.01%에 불과하다. 월평균 결제액은 18억원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에게 홍보 하고 있다. 2019.05.29 leehs@newspim.com |
서울시는 제로페이가 성장중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실적을 거론하는 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대 실적인 지난 7월 결제액 45억원을 기준으로 잡아도 존재감은 없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물론,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선불카드(월평균 330억원)와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수수료 ‘제로’페이가 아니라 실적 ‘제로’페이라는 웃지못할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로페이는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14일 행안위 국감에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 지적이 터져나왔으며 8일 정무위 국감에서도 제로페이 질타가 이어졌다. 기재위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제로페이를 치적용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증인신청을 요구하기도 했다. 제로페이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게 국감 분위기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제로페이는 혁신적 제도”라며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신용카드 정책에 40년 가량이 필요했듯히 제로페이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다. 특히 제로페이의 구조적 한계를 서울시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로페이는 수수료가 저렴(연매출 8억원 이하 0%, 8억~12억원 0.3%, 12억원 이상 0.5%)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 문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쓰고 있는 사용자를 제로페이로 유인할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유일한 희망인 ‘사용금액의 최대 40% 소득공제’도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하지만 야당에서 명확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안위 소속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서 “서울시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내용으로 제로페이를 홍보하는 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아려 “그만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를 가정해도 기존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도 여전하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이 각각 15%와 30%인 상황에서 제로페이에만 40%를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무위 소속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취지는 공감하나 시장개입을 하려면 법적 근거를 전제로 시장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절차를 거쳐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시는 제로페이에 대한 전략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확대 및 조세특례법 개정안 통과만 선행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제 시장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제로페이의 한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좋은 의도에 빠져 너무 많은 문제들을 외면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제로페이는 혁신이라고 고집하는 이상 정책 수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의 반대와 기존 금융권의 비협조로 실패했다는 식으로 변명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신흥세력들이 어떻게 시장 공략에 성공했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