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승·C조 선두 올라
[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이란 여성들이 38년만에 축구장에 입장한 가운데, 대표팀이 14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란 대표팀(피파랭킹 23위)은 10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서 캄보디아(피파랭킹 169위)를 꺾고 14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카림 안사리파드와 아즈문이 각각 4골, 3골로 해트트릭에 성공, 이란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2연승과 동시에 조 선두에 올라섰다. 반면 '최약체'로 꼽히는 캄보디아는 1무2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란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서 캄보디아를 14대0으로 꺾고 조선두로 올라섰다. [사진=AFC] |
여성에게 할당된 3500석이 1시간만에 매진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반 5분만에 아마드 누롤라이(페르세폴리스)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린 이란은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 모함마드 카나니(페르세폴리스), 메흐디 타레미(히우 아베)가 잇따라 캄보디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44분 아즈문의 추가골까지 더한 이란은 전반에만 무려 7골을 퍼부으며 후반전에 돌입했다.
후반에도 이란의 맹공은 이어졌다. 카림 안사리파드(알 사일리야), 타레미, 모함마드 모헤비(세파한) 메흐르다드 모함마디(데스포르티보 아베스) 등이 골을 기록, 이란은 14대0으로 승기를 들어올렸다.
이날 경기장은 여성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들이 축구경기장에 입장하기까지 무려 3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979년 이슬람혁명에 나선 이란은 1981년부터 여성들의 축구장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남장을 하고 경기를 관람한 이란 여성이 지난달 법원 청사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란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FIFA의 압박 속에 끝내 여성 입장을 허용키로 했다.
이날 8만석을 수용할 수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는 불과 5000여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란축구협회는 전체 8만석 가운데 3500석을 여성에 할당했는데, 여성에게 할당된 입장권은 1시간만에 매진됐다. 반면 남성 입장권은 2000여장이 팔리는 데 그쳤다.
이란축구협회는 남성 관중과 섞이지 않기 위해 여성 관객을 경기 4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입장하도록 했다. 출입구와 주차장에도 여성 전용 구역을 마련됐고, 관람석도 높이 2m에 달하는 분리 벽을 설치했다.
이란축구협회 관계자는 "혹시라도 여성 관중이 불상사를 당할 수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여성 수십명이 모여 '빈좌석이 많은데 왜 입장표를 더 판매하지 못하냐'고 항의하다 경찰에 제지를 받았다.
또 여성전용 구역이 경기장 내 시야가 가장 좋지 않았던 점도 여성 팬의 불만을 샀다.
영국 BBC 등 외신들도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여성들이 공식적으로 경기장에 입장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BBC는 "이날 이란은 캄보디아에 무려 14대0으로 승리했지만, 이는 관중석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일만큼 중요치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40여년 만에 많은 수의 이란 여성들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이란 여성들이 기다린 위대한 한 걸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 여성이 38년만에 경기장에 입장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yoonge9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