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1992년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9일(현지시간) 숨졌다. 향년 89세.
페로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가 이날 오전 텍사스주 댈러스 자택에서 숨졌으며 최근 백혈병을 앓아왔다고 밝혔다.
대선 유세를 하던 로스 페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페로는 지난 1992년 무소속 후보로 미 대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공화당에선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섰고 민주당 후보는 빌 클린턴이었다.
그는 과감한 정부 부채 감축과 같은 참신한 정책과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워 공화· 민주당의 정쟁에 염증을 느껴온 유권자들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
대선 5개월 전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페로는 39%의 지지율로 1위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31%,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25%의 지지율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실시된 대선에서 페로는 19%를 득표, 3위에 그쳤다. 득표율 43%의 클린턴 후보가 부시 후보(37.5%)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은 페로가 텍사스주와 보수층 유권자 표를 잠식, 클린턴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페로는 1996년 대선에는 자신이 만든 개혁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10% 미만의 득표에 그쳤다.
미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페로는 1962년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즈(EDS)를 창업한 뒤 이를 대형 데이터 프로세싱 회사로 키워 막대한 부를 모았다. 그의 재산 규모는 41억 달러에 달한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시기에 회사 직원 2명이 현지에서 감금되자 특수부대 출신 회사 직원과 용병을 투입, 극적으로 구출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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