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靑 정책실장, 10일 오후 중소기업인과 긴급간담회
이해찬 민주당 대표, 9일 중기중앙회서 애로사항 청취
한일 무역분쟁 확산...중기업계도 대응책 찾기 부심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사실상 한일 간 무역전쟁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중소기업인들과 잇따라 긴급회동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오후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일본의 반도체 부품소재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된 중기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
이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수입이 중단될 경우 하청업계 또는 관련 중소기업들도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삼성 반도체 뿐 아니라 공작기계 분야 등 다른 중기업계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둔 조치다.
실제로 일본 NHK는 지난 8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개선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강화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2차 수출규제 대상으로 군사 용도 전용이 가능한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을 거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대기업 뿐 아니라 영세한 중기업계에도 파장이 미칠까 조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대통령 왼쪽에 자리 잡은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 [사진=청와대] |
◆일본 수출 규제 장기전 가능성...대응책 마련에 팔 걷은 청와대·여당
문대통령, 30대 그룹 총수 회동...노 실장, 중기 피해분야 사전점검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회장 등 30대 기업 총수들과 만나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예상 피해 등을 보고 받고 관련 대책을 다각도로 논의할 예정이다. 같은날 동시다발적으로 김 실장이 중소기업인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가지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사실상 정부가 대일 무역전쟁에 대한 장기전을 선택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하루 전날인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고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본격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중기 분야와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소기업계에서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업장, 정재송 코스닥협회장, 김정태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회장, 전희경 IT여성기업인 협회장, 서명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권혁홍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등 업종별 대표 33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내 중기업계를 대표하는 거의 모든 업종에서 빠짐없이 여당 대표와의 긴급간담회에 참여했다.
이들 중기업계 대표들은 10일 김 실장과의 청와대 간담회에도 대부분 참석,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된 청와대의 대응 방향과 정부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당청의 발빠른 행보, 日 수출 규제 확산 가능성 염두에 둔 듯
日, 중재위 설치 답변요청 최종시한 18일...경제보복 확대 예고
반도체 이어 자동차·조선·공작기계·탄소섬유 등 전방위 공셰 우려
당청이 이 같은 발빠른 행보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간 가운데 한일은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마주 보고 달리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연일 공세를 펼치며 사실상 전면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일 정부 간 '강대 강' 대결구도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한편 무역분쟁의 분야도 확산될 기류가 감지된다.
◆"삼성 평택공장, 사흘 간 가동 중지 땐 7조원 피해...2·3차 밴더 피해는 더 심할 수도"
일본은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한국 측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부정적이다. 정부는 한일 양국 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재단을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안을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일본이 다시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는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일본이 한국에 요구한 중재위원회 설치에 대한 최종 답변 시한인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서 일본이 추가 조치를 통해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조선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에 대해서도 규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경제통 의원은 "삼성 평택공장이 사흘만 가동을 중지해도 7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관련 2·3차 밴더 기업(하청업체)의 피해는 휠씬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초지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부도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대기업 뿐 아니라 중기업계의 전방위적 사전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무역 갈등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과 SK 하이닉스에 국한됐던 일본 수출 규제의 피해가 국내 다른 중소기삼직접 나선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대책 수립에 나선 가운데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해법을 찾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