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으로 진단할 단계 아냐...낙인에 따른 피해 클 것
'게임 중독' 지속율 일정하지 않아...과잉 진단"
"신경학적 변화가 '약물치료' 근거 될 수 없어"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질병으로 등재하는 건 너무 앞서나간 일이다. 진단명이 나올만한 여러 가지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이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 질병으로 진단할 단계가 아니며, 낙인으로 인한 폐해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4일 한국중독심리학회 주관으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엔 참석한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 회장과 안우영 서울대심리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록과 의료계의 약물치료에 대해 "섣부른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성만 한국중독심리학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19.07.04 mironj19@newspim.com |
신 회장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과 이를 질병으로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순서가 틀려도 너무 틀렸다. 보통 증후군, 장애, 질병 순으로 진단을 내린다"면서 "그런데 병의 원인과 진행과정 등이 모두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을 두고 '질병'으로 진단내리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 이용의 지속율이 떨어져 '중독'으로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게임이용과 관련된 전향적 추적조사를 실시한 코호트 연구 결과, 연구별로 게임 이용의 지속율의 차이가 일정하지 않다"며 "(알코올, 헤로인, 대마와 같은 물질 중독은) 지속율이 70% 이상인 것으로 꾸준하게 보고되고 있다"고 과잉 진단을 우려했다.
아울러 "외국 학자들이 게임이용장애에 섣불리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해외 학자들이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며 "과잉진단으로 인한 진단 과잉이 우려되며 심각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질병코드가 부여됐다는 사실만으로 심각하게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우영 교수는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경우 ‘약물치료’보다는 ‘심리치료’를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일부 전문가 집단에서는 신경학적 변화가 생기면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지만 뇌의 신경학적 변화는 어떤 행동을 해도 나타나는 증상이다"라며 "신경학적 변화가 생겼다고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런 변화는 심리사회적 치료를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약물치료보다 사회적 맥락에서의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화 할 경우, 심리학자와 같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심리치료를 하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의료법 87조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인물이 게임 이용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어떤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전문가집단이 더 많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일대일 치료는 환자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임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최선의 접근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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