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반도체 업계가 화웨이에 제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를 빌미로 중국 거대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인텔과 퀄컴 등 실리콘밸리의 간판급 IT 업체들은 비즈니스에서 발을 빼지 않는 움직임이다.
[사진=바이두] |
기업들이 반도체 칩을 포함해 화웨이 납품을 위한 제품 생산을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는 등 미국 정부의 눈을 속일 수 있는 묘책을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IT 업계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웨이의 보이콧이 실상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2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모리칩 업계의 강자로 통하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무선통신 칩의 대표주자인 퀄컴, 이 밖에 인텔과 온 세미컨덕터 등 미국 업체들이 일제히 화웨이에 제품 공급을 재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데 따라 첨단 IT 부품 공급이 중단됐지만 비즈니스가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기업들이 교묘한 눈속임으로 금지요건을 피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동원된 수법은 생산라인의 이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이른바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화웨이 납품용 반도체 칩과 IT 부품 생산을 해외로 전환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주요국 전자제품 공급망 변화가 예기치 않게 거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 최근 3주 사이 실리콘밸리와 화웨이의 비즈니스가 재개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가 사들인 미국산 IT 제품은 110억달러에 달했다. 거래 제한이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는 것은 물론이고 매출 창출에 크게 의존하는 실리콘밸리에도 커다란 악재라는 지적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의 존 뉴퍼 대표는 최근 공식 성명에서 “화웨이와 거래 형태 및 납품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미국 IT 기업들이 거래 제한 조치에 충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분기 실적 발표 현장에서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상무부의 거래 제한 조치 발표 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으나 2주 전부터 제품 공급을 다시 시작했다”며 “하지만 화웨이 비즈니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미국 업체의 거래 재개는 5세대(5G) 이동통신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넘보는 화웨이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셈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주말 일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웨이 보이콧 철회를 요구할 것인지 여부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중국 정부는 미국 측에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