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 주석이 서로 얽힌 무역과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세 정상이 각자 다른 어젠다를 품고 움직이지만 때때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기묘한 트리오를 형성, 3자 간 힘의 균형이 급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논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노동신문] |
이번 주 시 주석이 갑작스럽게 북한 방문 계획을 발표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과 시 주석과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일정을 못 박는 것으로 대응했다.
트럼프와 시진핑 정상회담의 공식 확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후 이뤄졌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있어서 주역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현재 트럼프-시진핑 대결 양상에서는 시 주석이 좀 더 불리한 입장이다. 관세 공격의 여파는 중국 경제가 더욱 크게 받고 있으며 최근 홍콩 시위 사태까지 불거져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대결 양상에서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돌연 외면당한 김 위원장이 좀 더 불리한 입장으로, 김 위원장은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국제무대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이 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이뤄진 시 주석의 방북 시기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 북핵 협상에서 모종의 돌파구를 만들어,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 주석도 이례적으로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내며 이러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북한과 ‘위대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이 무역과 북핵 양 사안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우선 북미 간 간극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것은 중국이 해결할 수 없는 북미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 때문이다. 또한 미국 경제도 관세전의 충격을 받고 있지만, 관세가 정치적 승리라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농업과 제조업의 피해쯤은 감당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NYT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 전 김 위원장이 중국 다롄을 방문했을 때에 비해 현재 시 주석의 위치가 상당히 불리해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기 전이었고 유엔 대북제재 이행에 있어서도 중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입장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세계 1류급 포커 플레이어’라고 부르며 그가 김 위원장에게 강경자세로 나가라고 조언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레버리지를 얻으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표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을 충분히 쌓았다고 판단하자,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렸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지도자라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번 방북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시 주석은 국제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 외에 시 주석이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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