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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8-3) 망명 20년 만에 귀국한 솔제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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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 망명 20년만에 귀국...국민 무관심-보수파 공격 상처
'닥터 지바고'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해 평가절하 수모
서방세계-고르바초프-옐친과 등돌려...푸틴은 적극 지지 최고예우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1974년 국외 추방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반체제인사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망명 20년만인 94년 봄 귀국길에 올랐다. 망명생활 중에도 '소련에 자유가 오는 날‘을 확신했던 솔제니친은 “러시아로 돌아가 내 집에서 죽을 것”이라고 늘 말하곤 했는데 마침내 염원이 이뤄진 것이다.

2018 12월 11일 솔제니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동상 [사진=로이터].2018.12.11.

◆미국 망명 20년만에 1994년 귀국...국민 무관심-보수파 공격에 상처   

94년 5월 7일 미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장장 7천km 떨어진 모스크바로 향했다. 조국과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가슴이 들뜬 솔제니친은 그러나 곧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열차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바로 솔제니친이오”라고 밝히고 자신의 소설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충격과 실망이었다. “읽지 않았다” “그런 소설이 있었느냐”가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읽어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소설은 오랜 기간 금서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몰래 타자로 쳐서 만들어진 타블로이드판이 비밀유포되기도 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자유화방침에 따라 90년 금서조치에서 해제됐다. 해제된 지 꽤 시간이 흘러갔지만 러시아인들은 솔제니친의 소설에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모스크바로 돌아오자 솔제니친에 대한 존경과 기대감이 큰 탓 인지 한동안 민족주의 성향의 단체들 사이에서 관심과 인기가 높았다. 그의 슬라브적 민족주의 성향이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유력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머리 기사로 ‘솔제닌친, 태양처럼 동쪽에서 떠오르다’라는 제목 하에 대대적으로 보도, 환영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환영일색이었던 보수파들이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했다. “솔제니친의 귀국은 그가 사랑하는 조국의 운명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심지어 “솔제니친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가 조국을 위해 한 일은 모두 과거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캡처]

◆'닥터 지바고'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해 평가절하 수모도

'닥터 지바고‘의 저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비교해 평가절하되는 수모를 받기도 했다. 역시 반체제적 작가로 명성이 높았던 파스테르나크가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소련정부는 수상하러 가는 김에 아예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당제1서기 흐루시초프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조국을 떠난다는 것은 내게 죽음을 의미한다”며 노벨상은 필요 없으니 고국의 땅에서 살게 해달라고 했다.

결국 파스테르나크는 러시아 대지를 한시도 떠나지 않고 시대와 운명에 스스로를 맡기며 작가로서의 일생을 마쳤다. 작가동맹에서 제명처분되는 등 온갖 박해를 받았으며 사후 1988년에 복권되었다. 일반 러시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솔제니친에게도 파스테르나크에게처럼 양자택일을 하라는 소련정부의 결정이 내려졌다. 노벨상 수상을 포기하고 공개 전향의사를 밝히거나 수상하러 출국한다면 들어올 생각 말고 해외에 나가살라는 것이다.

솔제니친은 파스테르나크와 달리 스웨덴으로 출국, 노벨상을 수상했다. 소련정부는 공언한 대로 재입국을 거부했다. 사실상의 국외추방이었다. 노벨상위원회는 솔제니친의 수상사유로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추구하면서 도덕과 정의의 힘을 갖춘 작가”라고 솔제니친을 찬양했다.

망명지를 미국으로 선택한 그는 버몬트 주 산촌에서 귀국할 때까지 은둔생활을 했다. 미국사회에 실망한 솔제니친은 미국의 물질만능, 퇴폐풍조로 가득찬 ‘천민자본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만일 오늘날의 서방 자유세계가 내 조국 소련의 모델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대로의 서방사회는 급격히 몰락할 것이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 와서 발견한 것은 소련에 있을 때보다도 깊은 절망이었던 것이다.

서방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고르바초프에 대해서도 비슬라브적이라며 페레스트로이카를 통렬히 비판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 및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솔제니친을 못마땅하게 보는 정서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세계적 명사를 어찌 할 수는 없었다.

닥터 지바고" 오마르 샤리프, 줄리 크리스티 1965 MGM 로비 카드 [사진=로이터]

◆서방세계-고르바초프-옐친과 등돌려...푸틴은 적극 지지하며 최고 예우     

귀국 후 솔제니친은 고르바초프 보다 슬라브적 기질이 다분한 옐친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천민자본주의’라고 비판했던 신자유주의와 시장경제정책을 옐친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시위를 유혈진압하는 모습을 보이자 반 옐친으로 돌아섰다. 옐친 대통령이 최고수준의 국가문화공로훈장을 수여하려고 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나라를 파멸로 몰아간 지도자가 주는 훈장은 받을 수 없다”게 이유였다.

솔제니친의 머리에는 늘 슬라브 제1주의가 자리잡고 있었다. 러시아의 골칫거리이기도 했던 체첸분리주의 운동을 강력 비판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을 더욱 노골화했다. 국수주의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옐친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지만 뒤를 이은 푸틴 대통령과는 죽이 잘 맞았다. 전통적 애국주의, 민족주의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푸틴이 자신의 신념과 조화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래서인지 솔제니친은 “러시아가 부활하는 유일한 길은 러시아의 혼을 잠에서 깨우는 것”이라며 “오로지 푸틴만이 그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추켜올리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푸틴 정부의 지원과 혜택을 많이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주는 국가문화공로훈장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았다. 솔제니친이 2008년 사망하자 푸틴 대통령은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루도록 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베풀었다.

러시아 언론들은 고인을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심 중 한 명’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이은 세계적 작가’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국의 어두운 면을 서방에 폭로한 자’ ‘전형적인 러시아 슬라브 민족주의자’라는 혹독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북극 포럼에서 발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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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영향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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