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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공수처 '마이웨이'…선거제 공조 무산위기

기사입력 : 2019년04월17일 11:56

최종수정 : 2019년04월17일 11:57

이해찬 민주당 대표 "기소권 없는 공수처 의미없어"
여당 일각에서 불거진 공수처 회의론에도 철벽
심상정 "이대로라면 황교안 페이스로 국회 흘러가"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서로 수용이 어려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안을 제안하면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추진키로 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춘 공수처를 주장하는 반면 바른미래당은 수사권만 가진 공수처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소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소권이 없는 수사권이라는 건 한계가 있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사찰하는 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설치보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검찰 개혁에 더 효과적이라는 일부 여당 의원 의견에 이 대표는 “검찰의 전면적 수사권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4.15 yooksa@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 ‘권력기관 개혁’ 공약…좌초 위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론을 정하고 송기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대표발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다.

송 의원은 입법 취지에서 “재판거래 및 사법농단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법원과 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부패가 심화되고 있다”며 “법원과 검찰이 자체 개혁방안을 제시하며 부패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공수처 안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춘 기관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지난 2월 21일 국민청원 답변에서 “공수처를 통한다면 강력한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라며 “공수처 검사 범죄에 대해서는 당연히 기존 검찰이 감시하고 수사하는 만큼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9일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알릴레오’에도 출연해 국회의 관련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은 옥상옥이라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표적수사를 의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패스트트랙을 함께 추진한 바른미래당에서도 파열음이 난다. 바른미래당은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반대로 수사권만 갖는 공수처안을 당론으로 내세웠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입장을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은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정보기관을 수사할 때만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바른미래당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kilroy023@newspim.com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하나둘 공수처 회의론이 나온다. 금태섭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이 ‘사법 과잉’. ‘검찰 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 설치는 다른 권력기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가지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는데 공수처라는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검찰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놨다. 또 다른 검찰을 만들기 보다는 검찰이 가진 수사권·수사지휘권·공소 유지권·기소권을 분산하자는 개념이다. 금 의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다른 나라에는 한국 검찰과 같은 문제가 없다”며 “타국 검찰과 한국 검찰을 비교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공수처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금 의원은 “검찰을 견제할 역량을 갖추려면 서울시내 검찰청이나 경기도 지방청 정도로 수사관이 200~300여명은 돼야 한다”며 “승진도 불가능한 공수처에 검찰 견제가 가능하고 어려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베테랑 수사관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론 법안에는 수사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인 이내로, 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금 의원 주장대로라면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엔 숫자부터 모자라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2019.03.18 yooksa@newspim.com

◆공수처 강행의 파장…선거제도 개혁 좌초 우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지역구 225석, 권역별 비례대표 75석을 득표율 50% 수준으로 배분하는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공수처 강행 입장을 재차 밝히고 바른미래당이 반발하면서 선거제도 개혁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 탓에 정의당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서로 받을 수 없는 안을 던지고 선거제도 개혁을 무력화시키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국민들의 선거제도 불만이 많으니 안할 수는 없어 억지로 구색을 맞추다 전혀 다른 법안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결국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로 국회도 가게 된다”며 “앞으로의 개혁을 포기할지, 민주당과 야3당도 이번 주에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총선 1년 전에는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3월 15일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지역 답사 등을 위해서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은 패스트트랙에 함께 묶인 공수처에서 발목이 잡혔고 20대 국회도 법을 어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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