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16년 탄생한 러시아 뮤지컬
1년만 재연, 러시아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참여
5월 17일부터 7월 14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나는 바로 나, 그것이 나의 죄. 내가 나라는 사실이 내 불행'이라는 가사가 브론스키와 안나의 인생과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 아프고 슬퍼요." (김우형)
"안나와 키티가 함께 부르는 넘버에서 '그때 알았다면 달라졌을 텐데'라는 대사가 한번에 와닿았어요." (김소현)
"2막 초반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절대 잊지 말아요. 나는 이제 당신 뿐이에요'라고 말하면, 브론스키가 '내가 그걸 어떻게 잊겠고. 당신은 나의 삶인데'라고 말해요. 그때 브론스키가 제일 멋있어요." (민우혁)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출연하는 배우 민우혁(왼쪽부터), 김우형, 김소현 [사진=뉴스핌DB] |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클래식 소사이어티 토크(이하 클소토크)가 진행됐다. 255석 전석이 매진된 이날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러시아에서 공연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실황이 상연된 후, 조승연 작가의 진행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6년 탄생됐다. 아름다운 '안나'라는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다.
조승연 작가는 실황 상영 직후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본 제정 러시아의 빛과 그늘'을 주제로 짧은 강연을 펼쳤다. 극중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따른 문화와 러시아의 농노제도, 전통적인 성씨제도 등을 알아보며 작품에 대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관객들은 감탄사를 터드리며 순식간에 강연에 집중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가운데) [사진=뉴스핌DB] |
이어 배우 김소현, 김우형, 민우혁,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연출 알리나 체비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지난해 한국 공연이 잘 돼 이번에 다시 오게 돼 감사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캐스팅을 할 때 상대방의 배역이 돼본다. 만약 '브론스키'를 뽑는다면 제가 '안나'라고 생각하고 저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솔직하게 민우혁, 김우형 배우는 여성 관객들의 흥미를 일으킬 만한 요소가 많은 배우들"이라며 "'안나'를 뽑을 때는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하고 얼마나 정신이 나갈 정도인가 생각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타이틀롤인 안나는 브론스키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면서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사랑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배우 김소현은 "처음에는 어느 때보다 이해가 되지 않는 캐릭터라 굉장히 힘들었다. 연출을 만나 같은 여자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내연의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며 "러시아 실황을 처음 봤는데, 이를 통해 안나의 아픔이 너무 많이 느껴지더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배우 김우형(왼), 김소현 [사진=뉴스핌DB] |
배우 민우혁과 김우형이 맡은 브론스키는 안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전도유망한 젊은 백작이자 장교로, 열정과 야망이 가득한 인물이다.
초연 당시 같은 역으로 열연했던 민우혁은 "공연을 했었음에도 러시아 실황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더라. 처음에 작업할 때는 러시아의 정서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고 쫓기는 기분이었다면, 이번에는 더 깊이 있는 관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공연은 무대가 밖으로 빠지고 들어오는 공간이 없다. 하나의 무대 안에서 굉장히 많은 장소와 배경이 다양하게 표현돼 놀라웠다.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게 음악의 힘이라고 느꼈다"며 " 닮고 싶은 배우(김우형)와 함께 역할을 만든다는 것이 기대되고, 무대 위 존재감이 독보적인 김소현 배우와 함께 하는 것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우형은 "원작 책이 너무 두껍다"고 불만을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안나와 브론스키가 뜨겁게 사랑한다. 브론스키 자체가 열정적이고 패기와 용기가 있고 지기 싫어하는 거침없는 성격이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에 도전하고, 그 여인을 갖고 싶어한다. 안나가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남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브론스키는 무대 위에서 스케이트 퍼포먼스도 펼쳐야 한다. 민우혁은 "김우형 배우가 스케이트 연습 첫 날 씩씩대면서 연락이 왔다. 연습에 참여해봤더니 그동안 카리스마 있고 멋지던 배우가 갓 태어난 사슴처럼 무너지더라"고 비하인드를 밝혀 폭소케 했다.
김우형은 "첫 연습이 스케이트였다. 등장할 때 타는 장면은 길지 않지만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기초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창피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배우 민우혁(왼), 김우형 [사진=뉴스핌DB] |
이날 현장에서는 민우혁과 김우형이 투닥이고 장난치는 모습에 김소현이 "김우형 배우가 계속 민우혁 배우에게 멋있다고 한다. 두 분이 서로 반한 것 같다"고 질투를 해 또다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들의 친분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참여한다. 대형 LED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눈 내리는 러시아 겨울 풍광은 물론, 원작 공연에 참여했던 스케이터들의 퍼포먼스, 시대를 고증한 200여 벌의 고풍스러운 의상까지 모두 재현한다.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공연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느끼는 게 제각각이다.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분들을 관객들이 볼 수도 있고, 의도대로 볼 수 있다. 메인 배우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공연을 보면 작품에 숨겨진 상징적 요소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다. 처음에는 못 보는 것들이 많아 여러 번 보시는 분들이 많더라"며 여러 번 관람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민우혁은 "안나를 불륜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희망과 아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규칙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지만, 그만큼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안나가 불행한 건지, 안나를 지적하는 나머지 사회가 불행한 건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5월 17일부터 7월 14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