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스페셜 인터뷰] 한국의 스티브 잡스, 김병관이 청년 창업 말리는 이유

기사입력 : 2019년04월10일 11:00

최종수정 : 2019년04월10일 11:39

“아이디어만으로 창업? 벤처 생태계 경험이 중요"
"창업 동아리 넘쳐나지만...기술 기반 벤처 드물어"
"중국은 지금 서부개척시대, 격차가 가속화된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혁신적이고 도전정신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말씀도 많이 해달라."

지난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방한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건넨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도시 CEO와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벤처기업 육성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원은 "청년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것은 좋지만 한국의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권하는 거 아닌가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게임 업체 웹젠 의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매년 국회의원 중 재산순위 1위(지난해 기준 2763억원)를 차지해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에는 벤처인이 뽑은 최고의 국회의원(벤처기업협회 주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에 의해 영입돼 민주당의 험지인 성남시 분당갑 지역에서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기보다 벤처에서 경험 쌓아야”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서 어느새 전설이 된 그가 청년들의 창업 열풍을 말린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벤처 1세대 시절, 김 의원 주변에서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이들을 수없이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만 해도 창업 시스템이 잘 돼 있다. 20대 때 창업해서 실패해도 또 창업하고 도전할 수 있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린다"며 "사회 안전망이 없는 속에서 사회경험이 없는 20대 친구들이 창업을 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또 "경험 없이 바로 창업하면 시행착오를 너무 많이 겪고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빠지기도 한다"며 "창업을 하려고 결심할 정도면 사회에서 중요한 인적 자원인데, 사장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하고 나서 완전히 창업 생태계에서 퇴출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아이디어가 있다고 바로 창업하지 말고 벤처회사에서 벤처 생태계를 경험해보고 창업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창업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장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요즘 아이디어만 있으면 5000만원, 1억원은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 보니 일단 해보고 안되면 접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네에서 가게 하나를 차려도 1~2년 준비하고 하는 것과 남의 말을 듣고 문을 여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며 "창업도 마찬가지"라고 힘줘 말했다.

◆ “창업동아리 넘치는 대학...기술 기반의 벤처가 나오기 쉽지 않다”

창업동아리가 넘쳐나는 현재의 대학 캠퍼스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한 게 아니다"며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이 있으면 그런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학들은 창업동아리 숫자나 창업 관련 교육과정이 있는가로 학교 평가를 받고 그런 게 있어야 정부가 지원금을 주니 성과와 상관 없이 창업과정을 만드는데, 이 것은 맞지 않다"며 "그런 기능은 학교 밖에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청년들이 기업 등 학교 밖에 창업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캠퍼스에서 창업을 익힌 청년들이 동네에서 가게를 열고 사회경험을 시작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반박했다.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니 단기 수익이 날 수 있는 회사만 창업한다"며 "기술 기반의 벤처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그러다보니 단기 수익이 나올 수 있는 동네 개업이 대부분"이라며 "빵집이든 치킨집이든 단기간에 매출이 나오는 사업 위주로 창업하다보니 규모도 작고, 동네 빵집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지도 않고 그 안에서 갈라먹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에 벤처캐피탈을 만들었나"

청년 창업을 권하지 말자는 것이 김 의원의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창업 지원을 중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초기 창업단계에 집중된 지원책을 단계별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 소유를 금지하는 것도 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금이 넉넉한 대기업이 창업 생태계에 활발하게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창업가도 엑시트(투자자나 창업자가 회사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창업 단계, 몸집을 키우는 스케일업 단계, 인수합병(M&A) 단계, 엑시트 단계, 재투자 단계가 있는데 창업 단계는 우리나라가 비교적 잘 돼 있어 돈을 구하기는 비교적 쉽다"면서도 "우리가 벤치마킹 하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보면 그런 돈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에서 나오거나 일반 기업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김 의원은 또 "우리나라는 기업이 벤처 투자를 하기 어렵게 돼 있다"며 "큰 기업들은 대부분 지주회사 구조인데, 산업자본은 금융사를 소유하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도 우리나라에 안 만들고 미국에 벤처캐피탈을 만들어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벤처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며 우리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서부개척시대다. 실리콘 밸리에서 경험을 쌓고 자국 내 시장이 열리니 중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많다"며 "10년 전 중국에 비즈니스를 위해 가면 영어가 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거의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를 경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중국만의 시장이 있고 자본도 많고 그러니 엄청나게 성장한다"며 "속도에서 뒤쳐지면 격차가 가속화된다"고 경고했다. 

sunup@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사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유리기판'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기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돼 대면적 적용 시 휨 발생과 평탄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P(패널 레벨 패키징) 및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수율 문제와 패턴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71억달러(약 10조 3063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 1934억원)로 18%가량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AI 등 차세대 기술 활용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C는 CES 2025에서 유리 기판을 선보였으며,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연간 7만2000㎡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또한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도 FO-PLP 및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나인테크는 열팽창 계수의 변화에 따른 기판의 휨 현상을 핸들링하고, 기판 두께가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장비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향후 수요에 대비해 생산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나인테크는 지난 3년간 FO-PLP에 적용되는 모든 WET STATION 장비를 해외 반도체 회사와 글라스 코어기판 회사에 납품해왔다. 과거 레퍼런스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생산 시설까지 증설된다면 유리 기판 관련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PLP 장비 납품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여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R&D 투자를 통해 PLP 및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나인테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 2025-02-06 08: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