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서울시

속보

더보기

[IN서울] ‘소멸’ 앞둔 세운상가 “박원순은 대답이 없다”

기사입력 : 2019년03월08일 10:44

최종수정 : 2019년04월23일 10:33

1년새 400여 가게 철거, ‘제조장인’ 떠나
예술가들 ‘박원순개인전’ 전시회로 소통 시도
대화 원하는 세운상가 “공존 위한 노력 필요”
서울시 정비사업 재검토, 연말까지 결론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종로3가역과 충무로역 사이에 길게 걸쳐진 청계천과 을지로 지역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세운상가 일대의 오래된 가게들이 ‘도시문화유산’ 가치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2014년 수립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계획’을 재검토, 올해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힌 상태다.

철거는 잠시 멈췄지만, 상인들의 ‘상실감’은 진행형이다. 지난 7일 찾은 세운상가에서는 문을 닫은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공터로 변한 가게들도 여럿이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철거로 이곳을 떠난 가게만 400곳이 넘는다. 그리고 더 많은 사업장이 ‘떠남’을 준비하고 있다.

'을지로-청계천' 세운상가 모습.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으로 400여개의 사업장이 문을 닫은 가운데 이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상인들이 '공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정광연 기자]

20년째 철물점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가게를 방문한 기자를 앉아서 맞이했다. 지난 겨울에 미끄러진 허리가 좋지 않기도 했지만, 20년을 지켜온 곳을 떠날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주 다리가 풀린다 했다.

그는 “헛헛하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먹고 사는 문제도 그렇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너무 쉽게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유명한 음식점들은 생활유산으로 지정해 철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세운상가 안쪽에 깊숙이 자리잡은 작고 수많은 노포(老鋪)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소멸을 눈앞에 둔 세운상가를 위한 특별한 전시회도 열린다. 8일부터 24일까지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열리는 ‘박원순개인전’이다. 심승욱, 오세린, 일상의실천, 정용택, 차지량, 최황, 한정림, CMYK 등 8개팀 11명이 모인 프로젝트팀 ‘서울-사람’이 을지로와 청계천, 그리고 박원순을 이야기한다.

'박원순개인전'을 준비한 최황 작가. 그가 포함된 프로젝트팀 '서울-사람'은 박원순표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전시회를 오는 24일까지 진행한다. [사진=정광연 기자]

전시회에 앞서 미리 만난 최황 작가는 “박 시장 임기중 벌어진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의 문제들을 토대로 한국 사회와 서울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기획전”이라며 “박 시장을 작가로 데뷔시키고 그가 서울시라는 무대에서 보여준 재개발 ‘작품’을 우리 작가들이 어시던트로 도와주는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재개발에 대해 분노나 조롱을 퍼붓지 않는다. 대신 왜 을지로와 청계천이 보존되고 유지돼야하는지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담담하게 전달한다. 주물과 금형 ‘장인’들이 수두룩한 세운상가는 예술가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과 세운상가가 느끼는 소멸의 상실감을 전달하되 과도한 감정을 담는 걸 지양했다. 모두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다. 

최 작가는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 ‘사건 지평선’에서 포털 사이트 ‘로드뷰’로 확인한 2010년, 2012년, 2015년, 2017년, 2018년의 세운상가 모습을 담았다. 10년간 촬영된 타입랩스와도 같은 작품속에서 세운상가 골목안쪽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 대로변만 바라보는 서울시의 정책과 겹치는 지점이다. 보이지 않는 골목안쪽, 20년을 지켜왔던 많은 가게들이 불과 1년 사이에 400개 넘게 사라졌다.

전시회 작품 '미지수'를 통해 기자가 직접 만든 전단지. 여기에 사용된 모든 텍스트와 이미지는 박원순 시장이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말하고 만든 내용들이다. [사진=정광연 기자]

세운상가는 끊임없이 박 시장에게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재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곳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역사적 가치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프로젝트팀 서울-사람도 박 시장에게 전시회 마지막인 24일 ‘작가와의 대화’를 요청한 상태. 하지만 박 시장은 ‘검토중’ 외에는 여전히 답이 없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계획이 ‘재검토’ 중인 것처럼.

최 작가는 “서울시 조직도를 보면 시장 위에 ‘시민’이 있다. 박 시장을 만나면 무슨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며 웃었다. 시민을 위한 세운상가 ‘도시재생’은 그 안에서 20년 이상을 살아온 또 다른 ‘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운상가를 철거된 자리에는 주상복합아파트(문화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계획과 관련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세운상가는 박 시장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peterbreak22@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