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김정은 답방, 무산 아닌 연기로 봐야”
남성욱 “북미 핵협상 직후 답방할 가능성 높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현재는 무산이지만 추후 답방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20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재논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연내 답방’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어렵게 됐다. 하지만 내년초 북미정상회담 이후 재논의를 거쳐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지연=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
◆ 양무진 “연내라는 기간만 보면 무산이지만 답방 자체는 무산 아닌 연기"
최근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를 통해 ‘김 위원장 연내 답방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 고위관계자가 연내 답방 의지를 보였다는 일부 매체 보도 내용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의 답방 문제는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무산’이지만 답방 자체만 놓고 본다면 ‘연기’이기 때문에 섣불리 ‘무산’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9.19 평양공동선언문을 보면 ‘연내 답방’이라고 시기가 명시돼 있지는 않다. 선언문 마지막 조항인 6번 조항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양 교수는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무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남북 정부 간 물밑 접촉 등을 통해 답방을 여전히 논의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놨다.
양 교수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답을 안 준 것을 확대해석하는 시각이 있는데 북한은 원래 합의된 문서 내용 이외에 문서화가 안 된 걸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이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답방에 대한) 답변을 안 주긴 했지만 정부 간 물밑 접촉을 했을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연내 답방이라는) 시기만 기준으로 본다면 ‘무산’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답방 자체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무산이 아닌 ‘연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연내 답방을 안 했다고 해서, 그리고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같은 것을 문제 삼는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현재 (남북관계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남성욱 “실익 없는데 왜 오겠나…북미정상회담 잘 되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역시 ‘무산이 아닌 연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 핵협상이 잘 되면 이후에 답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남 교수의 주장이다.
남 교수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답방이)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은) 남한과 이야기를 해 봐야 종전선언, 제재완화 같은 실질적인 것은 얻기 힘들고 기껏해야 이미지 개선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텐데 굳이 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남 교수는 이어 “다만 2월 정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꽃이 피는 봄이 돼서 분위기가 좋아진다면 그 때 북한이 답방을 다시 검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등 이야기가 잘 안 되면 답방은 또 다시 연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