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중 무역협상을 좌우할 실권자로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양국은 그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내세워 무역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대중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야말로 협상을 성사시킬 수도, 깰 수도 있는 비밀에 쌓인 핵심 인물이라는 평가다.
라이트하이저는 USTR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저자세로 일관해 왔지만, 혼란의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는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은 워싱턴 정계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정전 협정’에 합의하더라도 이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검열을 거쳐야 하는데, 그는 중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기준을 매우 높게 잡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한 투자자는 “그는 1980년대 일본처럼 중국이 현재 실존적 위협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의 목적은 미국 경제에 가장 유리한 무역협상을 이끌어내기보다 중국의 기술굴기를 짓누르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재계 로비스트는 “그는 수년 간 중국과의 대화에서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이 하는 약속에 대해서도 굉장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는 만족할 만한 협상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관세 공격을 계속하는 것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수십 년 간 법조계와 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무역협상에 있어서 미국이 훨씬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신조를 갖게 됐다.
1980년 대 초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일본이 미국 최대의 경제적 위협이었을 당시, 라이트하이저는 USTR 부대표로서 일본이 대미 수출을 줄인다는 내용의 협상을 성사시켰다.
이후 1985년부터 2017년까지 30년 넘게 미국 대형 로펌 스캐든압스에서 일하며 US스틸 등 미국 회사들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는 데 동참했다. 이 때의 경험으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에서 무자비하고 위험한 경제 포식자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이끌어내려면 먼저 이 무자비한 라이트하이저 대표부터 거쳐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간 므누신 장관과 류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무역협상이 좌절된 것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측 외교 소식통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중국 측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측 관료는 중국이야말로 강경파인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또 다른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보다 훨씬 무역법과 정책에 대해 해박하고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밀어 붙이는 끈질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외국 무역 협상가는 “그는 제대로 알고 입을 여는 사람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과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류 부총리가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해 고위급 무역협상이 개최될 것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본격적으로 협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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