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내 사우디 제재 압박 고조…美-터키는 '밀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카쇼기 수사 결과 사우디 정부가 그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 중대한 수준의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이 어떠한 징벌 조치라도 취한다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터키에서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유력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는 트럼프가 사우디와 사우디 왕세자를 중동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이란을 압박하는 한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분쟁 종료도 중재하려 했으며,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카쇼기 사태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에 정통한 한 국무부 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9.11 테러 이후 사우디와 미국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는 사건”이라면서 “최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결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쇼기가 사우디 정부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이 입증되더라도 일단 사우디에 무기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 의회 내에서는 트럼프의 사우디 전략 수정을 압박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양당 의원들은 무기 판매 중단 가능성과 사우디에 대한 경제 제재 부과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의 요구로 미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사우디의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상태다. 또 인권 책임법에 의거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인권을 침해 당했거나 무차별 살해, 고문 드을 당했을 때 외국인이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120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며, 결과에 따라 제재도 부과될 예정이다.
사우디 왕세자는 비난 여론을 진정시키고자 터키에 관계자들을 보내 터키와 카쇼기 실종 관련 공동 수사에 돌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카쇼기 실종 이후 처음으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공동 수사팀 마련 합의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매체는 미국 관계자들이 양측의 공동 수사가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뒤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정보 공유는 고맙긴 하지만 항상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역내 관측자들 역시 터키가 이번 수사를 미끼로 금융 또는 정치적 지원을 얻어내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리아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나 터키의 러시아산 무기 매입,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사우디와 터키가 완전한 밀월을 즐기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