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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트] 집에서 총을 만든다?' 총기 규제 못하는 미국의 딜레마

기사입력 : 2018년09월26일 11:30

최종수정 : 2018년09월26일 11:30

라이선스 없이 총기 생산·소지·판매 가능케 해
'혁신이냐, 위협이냐' 법망 벗어나는 3D 프린트 총
"기술은 잘못 없다…美 연방 법 '총' 정의부터 바꿔야 "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총기 소지가 합법인 나라 미국. 대형 총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기 규제 여론이 형성되며 규제 강화 방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들끓는다. 미국 텍사스 주의 한 남성은 5년 전 세계 최초의 3D프린터 권총을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ABS 합성수지를 원료로 격발 가능한 권총을 출력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국 전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남성의 이름은 코디 윌슨. 비영리 방위회사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Defense Distributed)의 창립자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DefCad.com)에 무상으로 3D프린터 총기 설계도를 공유하는 아량(?)을 베풀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부가 잠재적인 위험성을 인지하고 온라인에 공개된 설계도의 삭제를 지시했을 때에는 이미 10만 건 넘게 다운로드된 뒤였다.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코디 윌슨 대표가 3D 프린트 총 '리버레이터(Liberator)'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법망 미꾸라지?' 시험대에 오른 美 사법

윌슨 대표는 2015년 연방정부에 소송을 걸었고 지난 6월 ‘수정헌법 1조‘라는 카드로 승소했다.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를 막거나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하는 미국의 헌법 수정안으로, 일명 '표현의 자유 법'으로 불린다. 당시 윌슨 측은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는 일반 회사와 달리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는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고, 자신은 지식을 공유하려던 것뿐이라고 변호했다.

세계 최초로 3D프린터 권총이라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소개하는 디지털 커뮤니티를 신설했다는 점에서 윌슨은 기술 회사의 창립자로 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윌슨 대표는 자신을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비영리 방위기업'의 창립자로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목표는 하나다. 바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총기 제작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D.I.Y(스스로 직접 만드는)’ 디지털 허브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그는 향후 회원들이 자신들만의 총기 디자인 도면을 웹사이트에 공유하면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기발한 총들”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나는 사람들이 총기 도면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이 합법적이란 사실을 알길 원한다. 공공 도서관에서 보안 검사하는 것을 봤는가? 이는 언론과 출판이 행해져 온 방식이 아니다.” -CNN

미국의 수정헌법 2조는 무기 휴대의 권리를 규정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법학센터 피터 버니 교수는 1791년에 제정된 이 법이 “과거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만큼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됐다”고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헌법 취지가 퇴색됐지만 미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 덕에 총기소지법은 수정없이 건재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자 브렛 캐배너 손에 들려 있는 헌법 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3D프린터로 출력한 총기가 위배될 수 있는 경우는 하나다. '감지할 수 없는 화기법(Undetectable Firearm Act, 1988)'은 금속검출기 등 보안 검사에서 감지할 수 없는 화기의 생산, 소지, 판매를 금지한다. 3D 인쇄 총이 플라스틱이어서 화기법을 위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오해인데 총이 제 역할을 하려면 금속 부품은 필수다. 현행법에 따르면 보안 검사에서 총기를 탐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금속은 약 170g이다. 미 국무부는 3D프린터 총기 설계도를 지난 8월 1일부터 인터넷에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워싱턴DC와 8개 주는 보안 검색에 탐지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시애틀 연방지법은 당시 공개 금지 임시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윌슨은 발 빠르게 ‘영리사업가’로 변신해 사이트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플래시 드라이브(휴대용 저장장치) 배송을 통해 설계도 판매에 나섰다. 조지아주립대학 티모시 리튼 법학교수는 "윌슨은 미국 헌법의 보호 경계를 밀치려 하고 있다"며 법원은 금지령이 플래시 드라이브를 통한 공유 등을 포괄하고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 "AR-15 집에서 쉽게 양산" vs "위험성 부풀려져 있어"

찬반 토론의 핵심 주제는 ‘총기 제작 난이도’와 ‘일련번호’ 다. 반대하는 이들은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와 기술 지식, 총기 도면, 3D프린터만 있으면 누구나 35시간 이내에 총을 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상 총기가 화기법에 준수하게끔 만들어졌어도 총기 형태로 만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총기를 출력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크고, 사양이 좋은 3D프린터여야 한다. [사진=블룸버그]

로드아일랜드 반(反)총기폭력연맹의 린다 핀 대표는 가구 유통회사 이케아(IKEA)처럼 집에서 ‘뚝딱’ 만들 수 있는 편의성을 근거로 총기의 대규모 양산을 우려했다. 그는 “화기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총인지 구별이 안 되면 어쩌나. 향후 보안 검색을 피해 갈 방법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쯤 되자 설계도를 아동 포르노처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 회사는 아동 포르노를 비롯해 저작권 침해 콘텐츠 등 해가 되는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삭제한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윌슨의 3D프린터 총 도면이 논란이 되자 플랫폼 내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 

찬성론자들은 3D프린터가 가격이 비싸고 총기 화력도 세지 않다며 위험성이 부풀려 있다고 주장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일반 3D프린터는 저렴하게는 200달러 선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제 기능을 하는 총을 인쇄하려면 적어도 5000~6000달러 선의 고급 프린터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총은 한두 번 격발하면 산산조각 나거나 제 기능을 잃는다. 정밀도나 사정거리 등 성능 면에서도 금속 총기보다 뛰어날 리 만무하다.

◆ 사실상 문제는 기술 아닌 허술한 법

‘하나의 첨단기술이냐, 위협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다름 아닌 현행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페이스북 제품 담당 책임자를 역임하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저명한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국가 법이 말하는 총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근본적인 질문에 접근했다. 아래는 ‘AR-15’ 총기를 분리한 뒤 촬영한 사진이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빨간 박스로 표시된 부분만 총으로 간주되고, 나머지 초록박스 안 부품들은 총이 아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작가가 자신의 SNS에 게시한 분리된 AR-15 사진. [사진=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트위터]

연방정부는 일련번호가 적힌 부분을 '총'으로 규정하는데 AR-15의 경우 방아쇠와 해머를 연결하는 몸통(lower receiver)에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다른 부품들도 총의 작용을 하는 일부이지만 법은 하위 리시버가 없는 AR-15을 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즉 총기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사람들은 몸통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을 조합한 제품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3D프린터로 총의 형태 80%를 출력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면 총기 소지권이 없는 사람이 구입해 나머지 20%를 설계도를 참고해 제작할 수 있다. 물론 일련번호가 없어 당국이 불법 총기 소지를 알 길도 없다.

마르티네즈는 이는 단순한 철학이 아닌 총기 규제에서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기술이 위험한가, 허술한 법이 위험한가를 놓고 볼 때 그의 대답은 후자다. 연방정부가 규정하는 총기의 정의를 종류별로 다르게 규정하고, 3D프린터의 등장에 대처할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윌슨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은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은 정보를 가지고 나쁘게 사용할 뿐이다. 그러나 이는 한 출판사의 출판을 막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아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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