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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비리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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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 불똥 튄 전속 고발권 폐지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 경제검찰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대 기로에 섰다.

공정위는 지난 38년간 독점했던 전속 고발권 중 가격담합, 출하량 조절, 입찰담합, 시장분할 등 '4대 중대 담합행위'의 고발권을 검찰에게도 주기로 21일 법무부와 합의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전·현직 간부 12명이 기업을 압박해 퇴직 간부 18명을 16곳에 재취업시킨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 이후에 합의안이 발표됐다는 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공정위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중요한 고유업무 중 하나인 담합행위에 대한 수사.고발권을 검찰에게 사실상 뺏겼다. 여기에 김상조 위원장은 말실수로 초래한 주가 폭락의 이유로 삼성SDS 소액주주들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부처 설립 후 최대 위기라 할 만 하다.

곤란한 것은 공정위 뿐 아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공정위에 더해 검찰도 담합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 및 고발권을 가지게 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큰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재계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 새로운 위상 정립 시급한 공정위

공정위의 담합행위 전속 고발권 일부 폐지를 촉발한 공정위 퇴직자들에 대한 재취업 비리 사례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검찰 발표 내용을 보면 공정위 내부적으로 '고시 출신은 연봉 2억 5000만원, 비고시 출신은 연봉 1억 5000만원' 등의 구체적 조건을 공유했다. 대기업의 고문·자문을 맡은 3명의 공정위 퇴직자들은 사무실도 없이 2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출근도 하지 않는데' 돈을 주고 받은 것이다.

해당 기업들이 공정위 퇴직자를 받은 것은 그만한 반대급부가 있었거나 조직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국가기관 차원의 조직적 채용 비리'로 규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발표한 쇄신안에서 퇴직자 재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뿌리깊은 전관예우 관행이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전관예우나 퇴직자 재취업 비리는 공정위 만의 문제는 아니다. 검찰과 경찰, 청와대, 감사원 등 소위 힘있는 기관의 퇴직자 모두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이들 권력기관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시망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

공정위는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 고발권 등의 힘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해 갑질을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는 성찰이 먼저다. 퇴직자 재취업 비리도 결국에는 갑질이다.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잇따라 구속되고 검찰에게 담합행위의 고발권을 넘겨준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되살리는 일은 김상조 위원장의 몫이다.

검찰의 기소 이후 다른 중앙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로 전출을 희망한다며 신청서를 제출한 공정위 직원이 10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공정위 본부 인원이 500명 정도이니 5명 중 1명이 떠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조직 안정이 시급하다.

검찰이 4대 중대 담합행위의 직접 수사 및 고발권을 가지게 될 경우 공정위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차제에 시장의 잘못에 대한 심판자로서의 공정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지배구조를 강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기업 활동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 마련해야

전속 고발제 폐지는 공정위로서는 굉장히 아픈 대목이지만,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전속 고발권은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일반 주주나 시민단체 등이 고발을 남용함으로써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하도록 한 제도로 지난 1980년 도입됐다.

하지만 공정위가 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기업 위에 군림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자 재취업 비리가 적발됐고 전속 고발권 폐지로 이어졌다.

전속고발제가 규정된 법률은 총 6개. 공정위는 이중 가맹·유통·대리점 등 유통 3법과 표시광고법은 의원 입법을 통해 전면폐지할 계획이다. 하도급법은 기술유용행위에 한해 부분 폐지하고, 공정거래법은 경성담합, 이른바 '4대 중대 담합행위'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

전속고발제가 고발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역설적으로 이 제도의 폐지로 고발 남용은 충분히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에 더해 검찰까지 이중의 수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 큰 부담일 것은 분명하다. 검찰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는 거리낄 게 없고, 주요 그룹들 중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행태가 걱정이다. 이전 정부 적폐청산 과정, 삼성이나 한진그룹 등 몇몇 그룹사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마구잡이식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최초 수사 목적과 상관없는 별건 수사도 당연시하고 있다. 과잉수사 논란이 크다.

명백한 시장교란행위와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정위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담합 수사에 나서고 과잉 처벌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기업 활동의 보장을 위해 고발의 일정 요건을 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므로 기업 봐주기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julyn11@newsp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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