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진전 가시화되지 않자 사석에서 갑갑한 속내 드러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도 낙관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석에서 참모들에게 분통을 터뜨렸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공식 석상에서나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북한과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 달리 사석에서 좌절감을 드러냈다는 것.
22일(현지시각) 시카고 트리뷴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매일같이 비핵화 관련 상황을 물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회담 직후 그는 북한이 더 이상 전세계에 핵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김 위원장이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는 등 비핵화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담 이후 40일이 지나는 사이 장담했던 결과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둘러싼 회의감은 한층 더 고조된 상황이다.
신문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에 정신을 송두리째 빼앗긴 상태이며, 협상 진전 내용을 날마다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주 참모들과 모임에서 그는 비핵화 진전이 나타나지 않은 데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억누르고 있던 화를 터뜨렸다.
최근까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낙관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한 소식통은 시카고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미국 협상 팀이 온전한 비핵화 목표를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미국 정책자들은 북한에 1년 이내에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주한 미 대사의 물망에 올랐다가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낙마한 빅토르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당장 발을 빼기는 무척 곤란한 입장”이라며 “적어도 중간선거 직후까지는 기존의 공식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