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친부살해 소재 더해
스릴러 뮤지컬 '블루레인' 1일 공연 끝으로 성료
[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죽어 마땅한 자를 죽이는 것은 죄악일까, 선행일까"
우리는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게 나쁜 상사든, 괴롭히는 선배든, 못된 친구든, 혹은 가족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제12회 딤프 창작지원작 '블루레인' [사진=딤프 사무국] |
뮤지컬 '블루레인(BLUE RAIN)'(작·연출 추정화)은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 창작지원작 중 하나.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전반적인 서사를 가져와 친부살해라는 소재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어디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1997년 미국 유타 주 스프링데일의 유지 존 루키페르(이서환)이 살해되며 시작된다. 그의 큰아들 테오 루키페르(서동진)가 현장에서 용의자로 검거되고, 배다른 동생 루크 루키페르(조상웅)가 변호를 맡아 진실을 추적해나간다. 테오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형사(문남권)는 끈질기게 테오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루크는 그를 믿지 않는다.
제12회 딤프 창작지원작 '블루레인' [사진=딤프 사무국] |
공연은 스릴러 형식의 문법을 매우 충실하게 따라간다. 끊임없이 서로를 추궁하고 의심하고 부인하고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높이고 몰입도를 증가시킨다. 아버지 존의 폭력적인 성향과 여성 편력, 테오의 여자친구 헤이든 로즈(김려원)와의 관계, 유모 엠마(이현진)와 사일러스(이용규)의 숨겨진 과거 등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놀라운 반전을 안긴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익숙해진 현재. 길을 가다 묻지마 범죄에 당하기도 하고, 이유 없는 혐오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명사회로 발달하고 있지만 개인의 상식은 더욱 없어진 듯한 사회. 상처 때문에, 돈 때문에, 혹은 어떤 이유로든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국 인간이 짐승보다 못하다는게 아닐까. 우울한 푸른색의 비가 언제쯤 그칠지 알 수 없다.
제12회 딤프 창작지원작 '블루레인' [사진=딤프 사무국] |
배우들의 열연은 11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음울한 이야기 속에서 유령으로 등장하는 존은 유일하게 분위기를 환기하는 존재. 어딘가 능청스러운 그의 연기는 웃음을 자아내고, 긴장했던 어깨를 조금 풀어주게 만든다. 어딘가 슬프지만 아름다운 넘버 또한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악인이란 무엇인지, 과연 나는 악한 마음을 이겨내고 도덕과 철학을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제12회 딤프의 창작지원작 '블루레인'은 1일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CT에서 마지막 공연을 끝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