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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칼럼] ‘제주4·3’ 70주년에 북핵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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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념대결 극복과 평화체제 구축 위한 서곡 되길”

긴 겨울을 지낸 한반도에 봄 기운이 무성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달 북중정상회담이 개최됐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곧 열릴 예정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사상 최대규모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등으로 고조됐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지고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올해 최대의 화두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창간 15주년을 맞은 뉴스핌이 오는 10일 개최하는 제7회 서울이코노믹포럼의 주제로 <북핵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달러는?>을 정한 배경이다.

북핵문제를 주제로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포럼 1세션에서는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수립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시각을 제시한다.

주제발표에 이은 특별대담에선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페리 전 국방장관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북핵문제와 남북·북미관계 해법을 모색하면서 1999년 ‘페리스로세스’ 추진과정에 얽힌 비화를 소개한다. 2005년 남·북·미·중·일·러 6개국이 참여한 9·19 공동성명 타결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도 특별손님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되는 2세션에서는 ‘미국 달러 약세 전망과 세계경제 진단’을 주제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 달러 약세가 한국과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SSGA 선임 매니징 디렉터 케빈 앤더슨 박사와 함께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한반도가 핵·이념의 대결장이 돼선 안되는 절실한 이유

2018년은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북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들어선 지 만 70주년 되는 해이다. 남북은 1945년 12월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결정된 미·소공동위원회의 신탁통치에서 벗어나 1948년 8월15일과 9월9일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면서 분단을 공식화했다.

남북분단의 기미는 19세기 말 이미 엿보였다. 한반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미·소 냉전시대의 완충지대로 등장하기 전인 구한말 러시아 외무부는 이미 청나라 조공국인 조선을 러·일 간 ‘완충국’(buffer state)으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38선 이북을 완충지대로 두어야 러일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러일전쟁 기간 중 혁명이 발생한 러시아가 급격히 힘을 잃고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조선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 동북아 전란 속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불행한 운명은 이후 일제 식민지와 남북분단을 거쳐 수백만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낳은 '한국전쟁'이란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주변 강대국들의 탐욕과 이해관계 속에서 반만년을 유지해온 한민족이란 정체성조차 유지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대한민국의 근대사다.

제주 4·3평화공원 야외공간에 마련된 조형물 비설(飛雪). 눈 쌓인 겨울에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간 두 생명이 마치 거센 바람에 덧없이 흩날리는 비설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사진=이영태 기자>

참혹한 한반도 근대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해방 이후 미군 신탁통치와 남북 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3만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낳은 ‘제주4·3’ 70주년이 바로 오늘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지난 2003년 발표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제주4·3위원회가 2000년 6월부터 2017년까지 접수한 피해 심사결과 희생자는 1만4232명, 유족 5만942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가 72%(1만254명)에 달한다. 그러나 미신고 또는 미확인 희생자가 있어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후유장애자, 수형자 등을 합친 전체 희생자 규모는 2만5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된다. 1946년 제주도 도민이 약 27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인구 9분의1이 희생자였던 셈이다.

◆ ‘잃어버린 마을’  생존자, 홍춘호 할머니의 기억

얼마 전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회가 개최한 전국 언론인 초청 제주4·3 평화기행에 다녀왔다. 제주4·3평화공원과 기념관, 섯알오름 학살터, 동광마을 무등이왓 등 4·3 유적지를 둘러보며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공감했다.

제주4·3 생존자 홍춘호 할머니(81세, 오른쪽)가 담담한 표정으로 무등이왓(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학살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번 평화기행 가이드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사진=이영태 기자>

이번 평화기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70년 전 무등이왓 학살현장에서 살아남은 홍춘호 할머니(81세)와의 만남이다. 홍 할머니는 이번 평화기행의 제목 “당시 11살 소녀가 기억하는 제주4·3”의 주인공이자 영화 <지슬>의 실제 생존자다. 무등이왓은 당시 동광리 5개 부락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마을로 130여 가구가 살았으며 토벌대에 의해 불태워진 ‘잃어버린 마을’이다. 마을 형세가 무등을 타고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홍 할머니는 “우리는 4·3이 뭔지도 모르고 사람이 죽는 것인지도 몰랐어. 그날(포고령 발표 이후인 1948년 11월15일) 순경이 마을로 찾아와 전달할 게 있다면서 남자들은 다 나오라고 했지. 남자들 10명이 모였는데 한 사람은 눈치가 빨라 도망쳐서 살고 9명이 죽었어. 원물오름에 다녀온 남자 1명이 더해 죽어 모두 10명이 죽었지. 총소리라고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보니 피가 벌겋고 이렇게 됐어. 사람들이 울고불고했지”라고 회상했다. 할머니는 이후 아버지, 어머니, 세 남동생과 함께 동네 근처 ‘궤’(동굴)를 옮겨 다니며 40여 일간 숨어 지내다 12월31일 계엄령이 해제된 후 산에서 내려왔다

자식에게조차 꺼내지 못할 정도로 끔찍했던 4·3의 역사를 담담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홍 할머니의 회고를 들으며 느낀 것은 분노를 넘어선 이해와 공존이었다. 홍 할머니 뿐 아니라 4·3이란 아픈 기억 속에서도 한국 사회 속에서의 생존을 위해 레드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살아온 제주도민들의 화해와 관용이었다.

70년 전 학살당한 경험을 묵묵히 감내해온 제주인들의 존엄을 위해서도 다시는 이 나라가 북핵이나 무분별한 이념대결의 전쟁터가 돼선 안된다. 분단된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북핵을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에는 지금 4·3의 상징인 동백꽃이 만개했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 집에도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꽃이 만발하기를 기대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국제외교담당 부국장(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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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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