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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미훈련·비핵화 수용 '통큰' 결단…"미국, 대화 안 나오기 어려워져"

기사입력 : 2018년03월07일 00:23

최종수정 : 2018년04월04일 14:31

"4월 한미군사훈련, 예년수준 진행 이해…비핵화는 선대 유훈"
전문가들 "미국이 대화 안 나올 수 없게…다만, 조건 많아 장담 못해"

[뉴스핌=정경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비핵화 논의를 과감히 수용했다. 미국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6일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나름 통큰 결단을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미 연합훈련이) 늘상 해오던 건데 그런 것에 굳이 토 달아봐야 성과 없이 군더더기만 될 거란 생각에서 통큰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특히,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선 (한·미 연합훈련이) 조정될 거라 한 것은 한국과 미국보다 한 수 위에서 내려다 본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미국 군사당국을 민망하게 만드는, 어찌보면 '이런 상황에서 무슨 훈련을 하느냐'고 돌려서 책망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면 연합훈련을 하더라도 미국이 전략자산까지 보내지는 못하게 만드는, 한 마디로 한·미 당국을 머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대북 특별 사절 대표단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대북 특별 사절 대표단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는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북미대화 의제로서 비핵화 논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측은 평창 올림픽 위해 연기된 한·미 훈련과 관련해서 오는 4월부터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하는 걸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안정궤도로 진입하면 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우리측 입장은 훈련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명분도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굳이 그걸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한,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 논의도 받아들였다.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을 정도의 의사표명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마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피하는 게 아주 어렵게 된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변명을 대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계기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 때처럼 미국이 또 한 번 궁색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는 포석"이라고 봤다.

수석 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대북 특별 사절 대표단이 6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통큰' 결단이란 평가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조건이 많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는 주목할 부분이지만, 군사적 위협 대응과 체제안전 확보 등 핵 보유 이유를 댄 부분 같은 건 선대에서 하던 상투적 측면이 많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조건이 많이 붙으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통큰 결단이라 보긴 그렇고 조건부 통큰 결단 정도로 볼 수 있다"며 "남북이 손잡고 미국을 끌어내보자는 전략인데, 조건이 좀 많이 달렸다"고 덧붙였다.

대북 특사단과의 만남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목표가 선대 유훈임을 분명히 했다. 정 실장은 "특히,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비핵화 목표는 선대 유훈이라고 한 점"이라며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북미관계 정상화 같은 것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예상 외로 과감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제 북미대화를 비롯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미국의 결단만이 남게 됐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북미대화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화 조건으로 핵·미사일 도발 하지 않겠다는 것 등 미국이 조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북한 당국 차원에서 공식 확인했다"며 "이제 북미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비핵화 방법에서 북·미 간 차이가 있다. 북한은 체제보장이 먼저,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다"면서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문제가 있다. 한국이 미국과 협의하면서 비핵화 대화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남북은 이번 대북 특사단 방북을 계기에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핫(Hot Line)'도 설치키로 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통화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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